관곡지의 초록 세상
초록은 마음의 평온함을 준다는데,
개구리밥이 만든 녹색 세상이 너무 이쁘다.
이걸 계속 보고있으면 정말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있을까?
여름이면
관곡지가 가까이에 있어 다행이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언제라도 연밭에 가서 그림을 만들 수 있으니...
이제 연꽃에는 눈이 가지 않는다.
이렇듯 작은 세상 이야기가 오히려 재미있다.
억지로 그림을 만들기 위해
연잎으로 말아올린 작은 구멍을 통해 연밭을 본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겠지만, 색다르고 그럴듯한 그림이 만들어 진다.
애초에 연잎이 만들어 준 구멍은 바로 조구멍이다.
조 작은 구멍으로 작은 세상을 보겠다고 쌩쑈를 했으니, 시력도 안좋은 노친네 불쌍타...
말아 올린 연잎으로
이렇게 아무 의미 없는 그림도 만들어 본다.
눈만 좋으면 좀 공들여서 조 작은 물방울에 몰입해도 좋았으련만...
연꽃은 팽개치고 연꽃대에 붙은 물방울도 건드려 본다.
어쨌든 작은 세상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조쪽에서 오랫동안
진사 두분이 사진 찍느라 열심이기에 다가가보니,
장마로 물이 넘쳐나는 연밭에 개구리 밥이 이렇게 많을 수가...
필름 카메라로 연실 짝어대던 사진사 왈
이 정도 그림이라면 필름 값이 아깝지 않단다.
초보라서인지 아무리 봐도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닌거 갗은데... 그 양반이 담은 건 어떤거였을까?
조기 순녹의 도화지에 상채기를 낸 녀석
고거 왔다고 숨차다고 쉬고 있는 게 물방개라는데,
거참, 삐뚤고 힘겨워 보이는 길이지만 나름 의미있는 길을 만들느라 수고 많았다.
홍련 꽃잎의 곡선이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또로록 굴러내릴 것 같이 맑고 아름답다.
어쩌면 아이의 엉덩이가 이만큼 이쁠까, 아니면 곱디고운 선녀의 엉덩이가 이만할까?
재미가 없으면 뒤집어라.
그래, 늘 보는 흔한 그림인데 똑같은 건 식상하다.
물에 비친 반영인데 180도 회전하여 반영자체를 그림으로 만들어 본다.
물에 비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다.
모자간의 정이 더 돈독해 보이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반영으로 그림을 만들어 본다.
이 정도라면 초상권하고도 문제가 없을듯하고, 얼씨구 고거이 재미도 있네그려!
호우경보까지 내리며 그토록 퍼 붓더니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맑은 하늘까지 보여 준다.
작은 세상을 뒤로하고
이제 고만하고 돌아가려는데...
길목에서 동호회의 아는 사람을 만났다.
야화를 찍고 가라는데, 비도 그치고 뭔 그림이 된다고 야화를...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온단다.
그리고 빗물도 만들어 왔단다(조리를 가져 왔는데 효과 빵...)
반가운 사람들도 있고,
기왕 온 거 다시 심기일전해서 수련을 담아 본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해
한 쪽켠에서 비를 만들면서 그림을 만들어 본다.
근데, 아무리 바둥거려도 빗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빗물은 만들어 지지는 않았지만,
조리 물을 흠뻑 뒤짚어 쓴 수련은 그래도 물 덕분에 청초하게 다가온다.
누가 감히 비를 만든다고...
자연의 힘에 새삼 겸허해 진다.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사진가라면 자연을 거슬러서는 않되겠지...
작은 세상을 더듬다보면
요런 녀석들도 만나 이야기가 된다.
고 녀석들
바로 천적인 저 녀석들은 철천지 원수이거늘...
조 정도 거미라면 아무리 힘없는 메뚜기라도 덩치로라도 밀어붙일 수 있겠지...
또 하나의 작은 세상,
관곡지에서는 가장 흔한 개구리
그러나 이곳을 벗어나면 거의 찾이보기 힘든 희귀종 개구리...
밤이 되니 그 금개구리가
연 잎을 하나씩 꿰차고 요동도 없이 밤의 사색에 잠겨 있다.
2012. 8. 15. 관곡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