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동림지 가창오리 군무
동림지 일몰경
고니가 나는 풍경
가창오리
군무의 시작
가창오리가 그림을 그리다
동림지를 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라,
오늘의 일정이 바로 그러하다.
아침엔 경남 합천에서 저녁엔 전북 고창에서...
고창 동림지에 가창오리가 많이 왔다 한다.
내 가창오리 군무를 보기 위해 금강하구둑은 여러번 갔었다.
그러나 갈때마다 그림이 별로였고, 웬수는 갚아야겠는데 금강은 시기상으로 아직이라 이곳에 가창오리가 많다하여 남쪽 나라 온 길에 들려 본다.
도착하니 오후 세시쯤,
가창오리는 낮에 자고 밤에 움직이는야행성이라
해가 지고 난 후에나 움직이니 세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시간보내기가 참으로 무료하다.
할일 없으니 차에서 잠도 청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이렇게 뜬금 없이 맨 하늘도 담아보고... 정말 시간 더디 간다.
어쨌거나 그렇게 시간은 가고,
해가 지고나니 요녀석들도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발, 위로 떠라...가창오리들이 들을리 만무하지만, 저 마다 주문을 한다.
그래 그래,
그렇게 떠야하는겨!
그림이 되는 안되든 일단은 떠야 하는겨!
뭔가
조짐은 보이는데...
오늘은 제대로 된 그림 보여 줄까?
어떤 그림이 될까?
궁금해지면서 잔뜩 긴장을 한다.
온통 시선은 요 녀석들에 고정하고 셔터를 눌러 댄다.
따르르르...
그래 그래 쬐끄만 더 높이...
백여명은 됨직한 진사들 모두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그래,
뭔가 되는 거 같다.
뭐냐? 된다 된다, 조금만 더, 더, 더...
에고 에고!
다시 주저 앉는다.
에이 썩을... 그러면 안되는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진짜 뭐가 만들어지는 거 같다.
잘한다, 잘해! 그래 이번엔 그림을 만들어 보자.
그래, 좋다.
어쭈구리! 이거 돌고래 아닌가?
허기사 남이 보면 이게 어찌 돌고래겠는가? 하지만, 내 눈에는 돌고래로 보인다고 우기고 싶다.
삼사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우연히 만들어 주는 그림이 어찌 똑같을 수야 있겠는가.
그저 이렇게 비슷하게만 모양을 갖추어도 감자덕지 해야지 않겠는가?
이제는 또 방향을 바꾼다.
모양도 돌고래가 아니고 그냥 물고기 같다.
미쳤는가 보다, 어찌보면 내 눈에는 물고기의 눈도 보인다.
끝났다. 이렇게 세 시간을 기다려 딱 두세번 모양을 갖추더니 어둠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이미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해져 f 2.8에 iso값 6400 까지 올려서 억지로 담은 마지막 그림은 노이즈가 쩌글쩌글하다.
아직 많이 부족해 성에 차지는 않지만 이제 가창오리 시즌의 시작이니, 이후 금강 하구둑의 멋진 가창오리 군무를 기대하며 발길을 돌린다.
2016. 1. 1. 동림지에서 가창오리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