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에서 양백산까지
말 그대로
만항재 '천상의 화원'이
운해가 만든 천상의 화원(?)이 되었다.
난 산그림이 좋다.
산에 파묻혀 살 때 산 정상에 오른 후
열 몇 시간씩 힘들게 걸어 온길을 뒤돌아 볼때
할딱 거리던 숨도 멈추어버릴 그 아늑한 산그리메가 그리워서,
어려서부터 늘 보던 병풍 속의 수묵화, 그 산그리메가 떠올라서 난 산그림이 좋다.
혼자 가기 힘든 곳 함백산,
내 체력으로 1박 3일 이라면 좀 벅차긴 하지만
기회가 좋고 마침 눈소식도 있는지라 함백산 출사에 따라 나선다.
아니,
따라 나선다기보다
애초엔 우포쪽 출사였는데, 함백산 가자고 꼬득여서 방향을 틀었다.
탁월한 선택이란 이런 것일까?
함백산은 겨울 풍경의 상징인 눈과 상고대, 거기에 운해까지,
사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초짜에게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풍광을 보여 준다.
이를 일러 남들은 대박이라고들 하던데,
솔직히 이런 그림이 없었던 나에게는 대박 정도를 넘어 초대박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이 정도라면 12시에 만나 잠도 못자고 달려와서 빙판같은 눈길을 걸어 숨 할딱거리며 오른 보람이 넘치고도 남지 않을까?
함백산의 좋은 사진은 다 갖고있다는 현지 작가로부터
만항재에 상고대가 만발하니 녹기전에 빨리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고
뭔가 아쉬워 좀 더 있고 싶은 함백산에서 눈길에 몇 번씩 넘어지면서 서둘러 내려 왔다.
우매,
예도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겨울 산악 여행 중 창밖을 보며 감탄하던 딱 그 그림이다.
그 이른 아침에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분들을 만났다.
사진 찍어서 보내 준다고 모델 좀 해 달라하니, 이 양반들 도로 한복판을 다 차지하고 한껏 뽐을 낸다.
태백 선수촌에서 태백으로 넘어 가는 길,
해가 중천에 떠 상고대도 사라지고 운해도 막 걷히는 중이지만,
연한 안개가 마치 잘 그린 수묵화같은 아름다운 산그리메를 연출해 준다.
전에도 오늘도
함백을 안내해 주셨던 현지 작가분이
숨겨진 비경이라며 정선의 회돌이를 소개해 주었다.
오늘은 역광이고 박무가 심해 그림이 별로지만 하늘 좋은 날이면 괜찮을듯 싶다.
이 포인트를 찾아가면서 이런 첩첩 산중의 새로운 포인트를 발굴하는 사람들에 대해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마지막 코스가 단양 양백산이다.
일전에 왔다가 강가 길이 막혀 오르지 못했던 양백산 전망대.
뒤쪽 산길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는데 오메 요기도 장난이 아니다.
이런 길을, 이런 첩첩산중을 사진 한두장 얻겠다고 꾸역꾸역 오르다니...
여기는
꺽어진 나무 딱 요놈 하나다.
마침 일몰 시간도, 일몰각도 딱 맞춰주니 편하게 사진을 담는다.
단양읍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예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어 기다렸다 야경을 몇 장 담아 본다.
단양읍을 굽어 보는 양백산 전망대에 불이 들어 오고, 달빛까지 비쳐 주니... 이 또한 이쁜 그림이 된다.
2012. 11. 24. 함백산, 만항재, 임계, 양백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