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속으로
1억년전에 만들아진 골에 폭우가 내리니 찰라의 순간에도 새로운 폭포가 생긴다
이 골은 1억년의 세월로 만들어졌건만, 저 새로 생긴 폭포의 수명(?)은 이삼십분이 고작이니 그 세월의 의미를 어찌 헤아려야할까?
물이 넘치는 비들기낭 폭포
비들기낭 폭포 담으러 왔는데 엉뚱하게 요게 더 좋아보이더라
폭우라 불리는 소나기가 그치면 곧 사라져 버릴 폭포
김시습이 거닐던 매월대 폭포
여기도 물이 넘쳐 난다
연중 최대의 수량으로 폭포는 물안개를 만들고
이끼는 폭포를 더욱 운치있게 한다
온 사방이 계류가 된 매월대폭포
앗, 요건 또 뭐냐?
두 세상, 어디가 천국인가?
용틀임하는 삼부연 폭포
용이 승천하는 중...
폭우 속에 비들기 낭을 찾아서
경기 북쪽 땅에 그나마 볼거리라고 자랑하는 비둘기낭 폭포
아니, 그대가 폭포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폭포다운 얼굴을 보인게 언제이던가?
365일 중 허고헌날 실처럼 내리는 폭포도 감지덕지요, 아예 떨어지는 물방울조차 안보이는게 더 많던 곳이 그대 아니던가?
근데 모처럼 호우특보가 내린다길래
그 동안 몇 번씩이나 빈 비둘기낭 폭포를 본게 억울해서
비가 많이 온다는 북부지방의 폭포를 찾아 나선김에 비둘기낭에 들린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운 좋게 최하단까지 문이 열려있어 너무 고마웠다.
더더욱 고마운건 순간적으로 쏟아 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소나기가 행동에 제약을 주긴했지만,
'전화위복' 이라해야할까 우산도 쓸모없을 정도의 거센 소나기가 퍼붓던 순간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폭포가 생겼으니...
비가 그치면 겨우 이삼십분이면 저 폭포도 사라질 운명인데
운 좋게 내가 있어 갑자기 생긴 폭포의 수명을 이렇듯 끝도 없이 늘려 놓았으니
어허! 사람 잘 만나야한다는건 사람 뿐 아니라 하루살이도 못되는 생기다 만 이름 없는 폭포에게도 꼭 맞는 말 아니겠는가?
연중 가느다란 실처럼 보이던 폭포
아니, 내가 몇 번 갔을땐 아예 물한방울 볼 수 없었던 폭포가
이제는 차고 넘쳐 오히려 보기 흉할 정도이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이럴때 쓰라고 만든 말 아니겠는가?
결론은
일부러 호우특보를 보고 찾아왔으니 이 정도의 비를 흠뻑 뒤집어 쓰는 험한꼴은 이미 예상했던터,
그래도 이렇듯 무지개처럼 순간적으로 떴다 사라질 운명이지만 색다른 그림을 만들어 주니 이거 행운 아니겠는가?
매월대 폭포를 찾아서
사실
오늘의 목표는
이 매월대 폭포이다.
몇년전에도 왔었지만
블로그에조차 사진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실망했으니
성질 더럽고 그저 오기로 가득찬 사람으로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하여,
비 소식에 열일 제쳐 놓고
폭우속을 달려 김시습의 자취가 남아있는 매월대 폭포로 찾아 든다.
등로를 따라 걸으면서 힘찬 물소리에 기대가 된다.
근데, 폭포까지 가려면 계곡을 건너야하는데 물이 너무 많아 건너기가 위험하다.
동행했던 분이 그냥 가자는데, 예까지 와서 그냥 간다는게 오기로 가득찬 내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위험하지만
등산화 신은채로 삼각대를 지팡이 삼아 계곡을 건너고
물에 빠져 질퍽한 등산화를 신은채 산을 올라 드디어 매월대 폭포까지 오니 거참 물이 많아도 너무 많다.
계류가 아닌 등로까지 물길이 나고
수량이 많다보니 물보라가 카메라와 렌즈를 적신다
더구나 등로조차 물이 찬 상태다 보니 삼각대 놓고 사진 찍을 만한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무도 올라 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풍광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온만큼 작품성을 떠나 희소성은 있는게 아니겠는가?
내 실력이 있건없건
남들이 볼 수 없는 이 순간의 풍광
계류란 물이 순식간에 늘고 빠지니 이 조차 한 시간만 지나도 그림이 다를진데...
뭘 망설이는가.
위험한 바위 위도 좋고
기왕 베린 몸, 물 속에도 들어가고 별짓을 다해본다.
얼씨구, 요런것도 있네 그려.
그야말로 쌩쑈를 하다보니 별 요상한 그림까지 보네 그려...
(아래 사진) 동행했던 분이 물 속까지 들어가 생쑈하는 모습을 나 몰래 담아서 보낸 사진이다. 아무튼 점잖치 못하게 나만 저러고 다녔으니 미쳤었나 보다.
용 세마리가 승천했다는 삼부연 폭포
매월대에서 김시습과 이별하고 나오니 6시가 넘었다.
오늘의 메인 목표인 매월대 폭포를 다녀왔으니 이미 목표는 달성했지만
예까지 왔으니 가는 길에 있는 철원의 또 다른 폭포인 삼부연 폭포를 보기로 한다.
삼부연 폭포는
산정호수와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의 북쪽 기슭에 있는 폭포다.
세 마리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면서 생긴 구덩이가 솥뚜껑 모양이라해서 삼부연 폭포라 하였다 한다.
뭐 폭포의 유래를 찾다보면
대부분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게 마련인데,
거참 이곳 삼부연 폭포에 오니 정말 세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게 맞는거 같다.
전에 삼부연 폭포에 왔을 때는
세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지만
바위 사이로 흐르는 가는 물줄기를 보면서 '용 같은 소리하고 있네'하며 코 웃음 쳤는데...
거참,
폭우가 지나간 후의 힘찬 물줄기를 보니
힘차고 변화무쌍한 물줄기가 요상한 전설을 만들 법도 하다.
우리 선조들이
거짓말쟁이만 있을리 없으니
아마도 진짜로 용 세마리가 승천하는 걸 보았거나
아니면
이런 풍광을 보고 용이 승천하는 걸로 착각했을 수도 있었겠지.
옛 사람이나 현대를 사는 사람이나 보는 눈이야 다 같았을테지만, 옛날엔 용을 실존한다 믿었을테니 이런 전설이 가능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늦은 시간이라도 여기 삼부연 폭포를 들리길 잘한거 같다.
아무튼 폭포는 수량이 풍부해야 하거늘 매일 쫄쫄 흘러내리던 폭포만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좋다.
어쨌거나 올 여름은 일부러 비를 쫓아다니면서,
유별나게도 남들이 잘 안가는 숨은 폭포를 찾아 다닌 꼴이 되었는데,
작품과는 거리가 먼 헛짓거리였을지라도(남들이 안가는 건 그 만큼 별볼일 없다는 거니)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도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될테니...
2017. 8. 24. 남한의 최북단 폭포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