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최고의 아침
마이산
환상의 아침
기다림 끝에 얻은 행복
그래서 더 행복한 아침
늘 만족하지 못하던 하늘이 이처럼 사람을 놀래키다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오고 또 찾아오는 사람에게 이제는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너 아니라도 찾아오는 이가 너무 많아 벅차다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요런 그림 만들어 주었는가
쇠도끼만 주어도 감지덕지인데
은도끼 금도끼까지 보태주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고마우신 마이산 산신령님!
깊으신 뜻 잘 헤아려 내 올해는 더 이상 마이산 발길 않으리다
마이산이 그리우면 요 그림 다시보며
오늘의 감동 가슴에 다시 새겨보리다
다시 찾은 마이산
자작나무숲에서 보는 마이산
일주일 전
마이산을 찾았을 때
아무래도 단풍이 덜들어서 아쉬웠는데...
마침
가을비 치고는 엄청난,
마치 여름 장마같은 비가 온 뒤라
진안골에
운해가 있을 거 같은 예감도 들고
가을 단풍도 이젠 끝자락이라는 생각에 또 새벽길을 나선다
2시반 출발해 5시 반쯤 도착했는데
일주일 전과 마찬가지로 주차장은 이미 꽉찼고
겨우 길옆 풀숲까지 들어가서 가까스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산에 오르니
오늘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포인트엔 어디엔들 삼각대를 펼 빈 공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숲까지 헤쳐가며 겨우 자리를 만들어 삼각대를 펼치고
마이산을 보니 구름이 없어 이쁜 여명은 없으나 운해는 꽉 찼다
가슴이 들뜬다
곱게 물든 단풍과 운해,
숱하게 바람 맞쳤던 마이산이지만 더 이상 뭘 더 바라겠는가
그림이 되던 말던
그건 차후의 일이고
이 순간엔 그저 가슴 벅찰뿐이다
이 좋은 날에
다른 곳 다 놔두고
여기 마이산 올 생각을 했다는 탁월한 선택에 대한 자긍심
세 시간여의
안개 속 밤길을 달려 온
아직은 꽤 쓸만한 체력에 대한 고마움
부족함이 있다면
완성될까지 한우물을 파야겠다는
끈기 이거나 아니면 착한 오기(傲氣)
하여간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에 가까운 복잡한 감정이 밀려 온다
복잡해도 좋다
뭔지 몰라도 좋다.
그저 즐거운 감정이면 좋은게 아닌가?
정수장 포인트에서
더 좋은 그림에 대한 미련을 남겨 두고 찾아 간 자작나무 포인트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지만 온통 안개속에 가려 있다
많이 망설이다
이 안개가 쉬이 걷힐게 아니라 판단되어 철수한다.
워낙 좁은 산길이라 차 돌릴 곳이 없어 산으로 더 깊이 들어가다 보니 여기는 안개가 개였다.
다시 제 자리로 원위치해서
쑥스럽게 가던길 되돌아 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린다.
그 많던 사람들도 쉬 안개가 걷힐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다 포기하고 간 자리에서 바보처럼...
그러나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 했던가.
모두가 다 떠난 빈자리에서 무식하게 은근과 끈기로 버티던 자에게
하늘은 한 시간 여의 기다림 만에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다니 정말 기분 좋은 아침이다
2019. 11. 12. 진안 마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