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랑 2022. 8. 6. 09:26

 

 

 

 

 

 

 

 

 

                                       초록세상

 

  

                                     한 여름

                                     뙤약볕에 지친 걸음들은

                                     달궈진 해를 피해 그늘을 찾는다

 

                                     그러나

                                     나무 그늘이든

                                     햇볕을 막아주는 지붕 아래든

                                     연실 부채질을 해도 잠깐 땀을 식혀줄 뿐

                                     이미 뙤약볕에 달궈진 마음은 식힐 방법이 없다.

                          

                                     그 때 문득

                                     가슴까지 서늘해 지는 세상이 떠오른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한 연밭의 초록 세상이다.

                                     비록 그늘 하나 없는 연잎만 가득한 세상이지만 초록세상은 가슴을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여름이면 뙤약볕도 마다 않고 이쁜 연 고운 연 특이한 연을 찾아 연밭을 누비나 보다

 

 

 

 

 

 

 

 

목젖이 보이도록 소리 높혀 부르는 개개비의 연가(戀歌)

아마도 저 작디작은 체구에서 흘러 나오는, 연밭을 뒤덮는 곱고 맑은 노랫 소리는

분명 짝을 부르는 사랑의 노래, 간절함이 듬뿍 담긴 진실한 사랑을 찾는 개개비의 세레나데일 것이다

 

 

 

 

 

연밭엔 연꽃만 있더냐

사랑하는 님을 더 잘 보기 위해 더 높이 높이 올라야했고,

나를 찾아 오는 사랑하는 님의 발자욱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꽃 잎을 더 크게크게 넓혀야 했던 능소화도 있던데...

 

 

 

 

 

그래도 연밭에선 연꽃이 제일 아니던가?

 

 

 

 

 

한 쌍의 홍련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은 이슬일까, 빗물일까?

 

 

 

 

 

오매,

요 백련은

뭐가 부끄러워 남이 볼세라 꼭꼭 숨어 있을까!

 

 

 

 

 

어허,

고것 참! 

벌도 이쁜 연(蓮)은 알아보는구나!

 

 

 

 

 

 

 

 

 

연(蓮)도 화장을 한다

 

 

 

 

 

 

 

가끔

생얼도 이쁘다는 말을 한다.

이 말 속에 담긴 의미는 화장한 얼굴이 더 이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연도 마찬가지다

생얼도 이쁜 여인처럼

연 자체가 이쁘기 그지 없지만

 

 

 

 

 

생얼도 이쁜 여인이 화장하면 더 이쁘듯

연꽃도 본 바탕에 화장을 하면 더더욱 이뻐진다.

그래서 좀 더 이뻐지기 위해 여인이 화장을 하듯 연도 가끔은 화장을 한다.

 

 

 

 

 

화장 하는 연(蓮)

어허, 말이 좀 요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누구를 위해선지는 모르지만 연꽃도 분명 화장을 한다.

 

 

 

 

 

근데,

이 연의 화장법은 참으로 간단하다.

그저 비만 내려 주면 끝이고, 비가 아니라면 새벽 이슬이라도 내려주면 화장 끝이다.

 

 

 

 

 

말하자면

연꽃의 최고 화장품은 바로 물이며

더 이상의 화장품은 존재하지 않으니 얼마나 소박한 연인가?

 

 

 

 

 

다만

이쁘게 참이슬이나 빗물로 화장을 했더러도

햇빛이 있으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되니 빛을 화장품에 넣어야 할까 말까 망설여 진다.

 

 

 

 

 

 

밤에 피는 연(蓮)

 

 

 

 

 

빅토리아 연의 첫날,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빅토리아 연이

찰흙같은 까만 밤과 대비되면서 더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둘째 날의 빅토리아 연,

마치 왕관을 연상케하여

이런 장면을 사진사들은 대관식을 한다고 한다.

 

 

 

 

 

밤에 피는 연꽃의 대표격인 빅토리아 연,

브라질이 원산지인 이 연꽃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틀에 걸쳐 꽃을 피운다.

첫날은 순백의 하얀 꽃을 피우다가 아침이 되면 꽃 잎을 닫아 가시 덮힌 꽃 봉오리로 낮을 보낸다.

 

 

 

 

 

그리곤 이틀째 밤이 되면 대여섯 시간 동안 꽃 잎이 서서히 벌어지면서 끝내는 마치 왕관처럼 화려한 빅토리아 연을 선보인다.

그래서 저 빅토리아 연을 보기 위해선 전날 하얀 꽃이 핀곳에 미리 가서 준비하고 있다가 대여섯 시간 기다리면 저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저 사진을담기 위해선 빛을 싫어하는 빅토리아 연의 특징 때문에 빛이 없는 곳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끈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밤에 피는 연은 빅토리아 연만 있는게 아니다.

이 연들은 모두 수입된 품종들이라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이 역시 빛을 싫어해서 함부로 빛을 비쳐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 연꽃이다.

 

 

 

 

 

가끔

아주 강한 손전등으로 빛을 비추다가

연밭을 관리하는 분들에게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있는가?

일부러 밤을 택해 야화(夜花)를 담으러 왔거늘...

그래서 한 사람이 빛을 비추면 다른 사람들도 그 빛을 이용해 함께 촬영하기도 한다.

 

 

 

 

 

연꽃에는 최소한의 방해를,

그리고 사진사들끼리는 협동하는 마음을...

그런데 요런데서 자기만의 사진을 찍겠다고 빛 때문에 고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야화를 담을 땐

특히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좋다.

저 빨간 야화에 소나기는 더 없는 그림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칠흙같은 까만 밤에

한 줄기 빛 속의 빨간 야화에 내리는 장대같은 빗줄기, 상상만해도 멋지지 않는가?

소나기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몇 번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성공하지를 못했다.(올해는 꼭...)

 

 

 

 

 

연꽃은 원래 우리나라 꽃이 아니다.

조선 세조 때 강희맹이라는 농학자가 중국으로부터 씨를 가져와

지금의 시흥시에 있는 관곡지에 연꽃 씨를 뿌려 연꽃을 활성화 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 어디 보다도 연꽃하면 관곡지가 유명한 연꽃 단지가 되었었다.

지금도 시흥시에서는 연꽃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연꽃 관리 및 매년 연꽃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이곳 관곡지에서 처음으로 빅토리아 연꽃을 수입하여 재배에 성공하였기에

예전에는 빅토리아 연을 보기위해선 전국 각지에서 이곳 관곡지를 찾아 와야만 했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 빅토리아 연을 전국 각지 유명한 연꽃 단지에 보급함으로써 이꽃을 보기가 쉬워졌다.

 

 

 

 

 

그렇더라도

이꽃을 담다보면 자리 다툼도 심하고 빛 때문에도 서로 옥신각신하고...

사진인으로써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들이 잦다보니 나는 이삼년 저 꽃에 심취하다가 지금은 저 빅토리아 연은 담지 않는다.

 

 

 

 

 

 

 

 

 

연밭의 작은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연밭에도 숨겨진 세상이 있다.

그 세상은 아주 작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만 보인다.

 

 

 

 

 

그 작은 세상을 보기 위해

연잎 사이에 걸쳐진 거미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은 물방울들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도 하고

 

 

 

 

 

새로운 연 잎이 돋을 때

그 동그랗게 말려든 연잎의 끝부분은

마치 사랑을 표현하는 하트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좀 더 구석까지 들여다 보면

부끄러워 꼭꼭 숨어서 사랑을 나누는

봐서는 안되는(?) 실잠자리의 사랑하는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연잎 위에서 이리저리 흐르는 이슬방울이

마치 수정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해 주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사진가라면

그리고 사진도 예술이라고 인정한다면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요런 숨은 세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연(蓮)을 사랑하는 사람들

 

 

 

 

 

 

 

 

을 사랑하는 가족(물에 반영된 모습)

 

 

 

 

 

을 사랑하는 여인

 

 

 

 

에그머니나, 그게 뭐요?

그거 아마도 필름 카메라인가본데,

고 연 하나를 찍기 위해 ... 하여간 대단하시오.

 

 

 

 

 

비 오는 날,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아항, 연꽃엔 빗물이 최고의 화장품이라 했제...

그러니 오히려 비 오는 날엔 연밭에 사람들이 더 많당께!

 

 

 

 

 

그럼 안개 낀 날은?

안개 끼면 꽃망울에 참이슬 몇방울 쯤은 있을터,

그리고 어쩌면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지 않겠소?

 

 

 

 

 

 

 

 

 

연밭의 또 다른 세상

 

 

 

 

 

 

 

 

 

연밭의 일출

 

 

 

 

 

 

연밭이라고 연꽃만 찍으란 법이 있나?

연꽃 담기 좋은 시간대가 해 뜨는 시점이다보니

가끔은 이렇듯 빨간 구름이 이쁜 날도 있을터 이럴땐 과감하게 렌즈를 바꿔 일출 사진을 담아야지...

 

 

 

 

 

또한

새벽 빛은 연꽃도 더 아름답게 한다 했으니 빛 좋을 때 이것저것 담아야지.

뭐 사진이 별건가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다 담아보고 내 자신이 괜찮다고 느끼면 되는게지...

 

 

 

 

 

때로는

역광 속을 걸어 가는

보일동 말동한 사진사도 담아보고

 

 

 

 

 

때로는

연 잎에 앉아 있는 짝을 찾아

살금살금 다가가는 잠자리도 담아보고

 

 

 

 

 

사랑이 아니라 종족보존이라는 사명감으로

마지 못해 사랑을 나누는(?) 불쌍한 실잠자리도 담아보고...

그려! 연밭에 가면 연꽃만 있는게 아니고, 아주 다양한 세상이 숨어 있으니 이를 찾아내는게 어찌 재미나지 않겠소?

 

 

 

 

 

 

 

 

 

 

 연(蓮)을 사랑한 개개비

 

 

 

 

 

 

 

 

개개비

 

 

 

 

 

연밭에 가면

소리는 요란한데 보이지는 않는 작은 새들이 있는데

고게 바로 참새보다도 작은 여름 철새인 개개비라는 새이다.

 

 

 

 

 

 

이 녀석은

연밭의 연 줄기 밑둥에 둥지를 틀고

가끔 연잎이나 연꽃 위에 앉아 제제제제 노래를 한다.

 

 

 

 

 

실상은

둥지를 보호하려는 모습일 수도 있는데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짝을 찾는 소리라고들 한다.

 

 

 

 

 

사람이건 새건

사랑은 아름다운거니

저 청아한 노래 소리를 '개개비의 연가(戀歌)라 한들 뭐가 문제겠는가?

 

 

 

 

 

저리도 간절하게

저리도 온 정성을 다해 짝을 위해 부르는 노래라면

그저 생각만 해도 귀엽고, 부럽고 ,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가?

 

 

 

 

 

오호!

요 녀석은 아예 연꽃 위에 앉았네.

아서라! 연꽃 위에 앉을 수 있는 분은 부처님 밖에 없단다. 빨리 내려오니라!

 

 

 

 

 

요 녀석들

개개비 촬영은

이천의 성호지, 창원의 주남지가 유명하다.

 

 

 

 

 

그러나

연밭이 있는 곳이면 이 녀석들도 있을테니

이제는 더 많은 곳에서 개개비의 연가를 보고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8.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