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채석강 해식 동굴
억겁의 세월
헤아릴 수조차 없는
쉬임없는 파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이제
그 곳은
추억을 만드는 곳이 되었으니
혼자라도 좋고
둘이라면 더 좋고
셋이라면 더더 좋은데...
오늘은
아쉽게도
외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저 좁은 동굴 사이로 해가 지는 날이
연중 딱 두번인데 이만한 추억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하늘이 이리도 좋으니
세상 모두 얻은 듯 행복하지 아니한가
채석강 해식 동굴 일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이 사랑이려니
둘이라서 더 행복한 순간
억겁의 세월
모진 풍파 다 견디어 온 흔적이
해식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채석강 끝자락에 숨어 있다.
채석강하면
너무나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지만
왠일인지
끝자락에 숨어있어선가
이곳 해식 동굴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나 역시
뻔질나게 채석강을 찾아 오면서도
해식동굴을 찾아오게된게 사진을 찍기 위해서니
그러고 보면
사진은 나에게
남다른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곳
해식동굴 일몰은
연중 4월과 9월 딱 두번 밖에 기회가 없다.
그나마도
일주일 정도의 기간인데
채석강은 물때가 맞아야 들어가기 때문에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딱 일주일 동안
물때가 맞아 일몰이 간조때야 하고
날씨도 맑아 하늘에 해가 산뜻해야하니, 1년에 촬영 가능한 날이 단 며칠...
이거야 말로
삼대가 덕을 쌓아야
제대로 된 일몰을 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해식동굴은
일몰 풍경이
무지 아름다운 건 아니다.
어쩌면
촬영 조건이 까다로우니
아름다움보다는 귀하다는게 매력인 곳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몰각과 물때도 딱 맞았는데
하늘까지 보기 드문 아름다운 노을이라 사진 담는 내내 가슴이 뛴다.
하늘 좋고
지는 해도 깔끔하고
그야말로 이거 왠 떡이냐?
이 정도라면 만족하고
더 이상 동굴을 찾을 필요가 없겠다.
이젠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나와 넓디넓은 바다를 보며 가슴을 열고 살아보자.
2019. 4. 2. 채석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