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백두산을 다녀와서
하나, 프롤로그
소위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이라 한다
도문, 연길 등은 가본적이 있었지만 백두산은 가본적이 없다.
사진을 시작하면서 백두산 천지 그림 하나 없다는게 많이 아쉬웠었다.
각종 동호회에서 백두산 출사를 간다면 늘 가보고 싶었지만, 이들 출사 여행은 성수기를 피해서 가니...
아직은 일이 있는 사람으로서, 방학이나 되어야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사진이 목적인 여행은 아직은 시기 상조다.
그래서 여행 상품 중 백두산만 두 번 가는 페키지를 찾아보고, 백두산엔 관심도 없는 마눌을 천지 사진까지 보여주며 살살 꼬득인다.
둘, 서파로 가다
7/23 오후 세시경 장춘에 도착해
오후 내내 이도백하로 이동을 하는데 무려 7시간이나 걸렸다.
밤 11시쯤에 도착해 자는 둥 마는 둥 했는데도 새벽같이 일어나 호텔 주변을 돈다.
상쾌한 아침 공기에 안개까지 살포시 내려 앉은 주변 숲을 돌아보며 혼자 감흥에 젖는다.
큰 맘 먹고 찾아 온 백두산인데,
백두산은 백번 와서 두번 천지를 본다하여 백두라 한다는데(?)...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하늘이 맑아 천지를 볼 수 있겠구나 사뭇 기대가 된다.
서둘러야 한다며 6시 30분에 출발한다.
백두산 서파 아래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로 넘쳐 난다.
계단이 1400 여개가 넘는다니 마눌이 걱정이 되긴하지만, 천천히 오라하고 혼자 내뺀다.
계단을 오르며 아래를 보니 장대하게 펼쳐진 산기슭과 하늘, 구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그나저나 하늘이 너무 좋다.
이 정도라면 천지를 보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일까 오르는 사람들 힘들테지만, 표정은 밝다.
오르는 중 간간히 야생화가 눈에 들어 온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그림을 만들어 본다.
에고 에고!
갑자기 운해가 바람을 타고 산을 휘감는다.
'에잉! 요거시 뭐랑께. 요러다 천지를 구름으로 덮어버리는 거 아닌겨?'
그러나
운무는 그렇게 한 줄기 바람으로 끝나고 다시 파란 하늘이 열린다.
아니, 요건 파란 하늘만 있는게 아니고 그야말로 구름이 하늘을 화폭으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드뎌 서파 정상에 선다.
그 어렵다던 천지가 열렸다.
백두산을 처음 찾은 내게 천지가 열리고...
그것도 처음 보여준 천지로서는 과분할 정도로 완벽한 그림을 선사한다.
몇몇 안되는 한국 사람들 중 한 분이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오늘 여기 온 한국 사람은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셋, 북파로 가다
어제의 감흥이 오늘도...
백두산 아래 하늘은 맑아 잔뜩 기대를 했건만...
장백 폭포 아래 도착하니 안개는 고사하고 비까지 내린다.
역시 백두산(백번 와서 두번)이구나.
처음 온 주제에 감히 두 번 다 천지를 보겠다고...
그래
천지는 한 번이면 족하고
안개 속 그림이지만 이정도면 어디냐?
우중이지만 장백폭포라도 열심히 담아 본다.
허허, 고것 참!
갤듯 말듯... 다시 기대를 갖게한다.
근데
행운은 어제까지가 다인가보다.
백두산 정상이 안 보이는데 그래도 가보긴 해야지...
무려 몇 시간을 기다려 짚차를 타고 올라간 북파는
그야말로 지척도 안보일 정도로 구름에 갇히고 말았다.
마눌은 바람도 심하고 춥다고 핑게김에 포기하고 휴게소에 남겠단다.
욕심 많은 내야 어쩔 수 있는가.
짙은 안개속이라도 정상은 보아야겠기에 비바람을 헤집고 올라간다.
여기, 백두산.
그야말로 사람들로 넘쳐 나는데...
그 중 열의 아홉은 중국사람들이다.
중국 사람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니 어디가나 인해전술이다.
우리의 백두산은 그들에게도 장백산라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가는가 보다.
갑자기 환호가 일기에 왠일인가 했더니
한 순간 세찬 바람이 구름을 몰고가 정상 부근을 잠깐 열어 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산 정상으로 발길을 돌려보지만 그러나 고것이 전부였다.
참으로 높은 산의 기상이란 기기묘묘한게
휴게소 뒤 정상은 구름에 닫혀있지만, 앞쪽은 파란 하늘이 열려있다.
짚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일부러 창가에 앉았다.
혹시나 마구잡이지만 창밖의 풍경 좀 담아볼 심사로...
소름 끼칠 정도로 곡예 운전을 하는 속에서도 운 좋게 그림 몇개는 건졌다.
넷, 에필로그
북파를 내려와 다시 장춘으로 향한다.
또 다시 7시간을 달려 오니 밤 12시가 다 되었다.
백두산은 오고가는 길이 너무 멀어 다시 오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마눌은 절대 다시는 안 온다는데, 나 역시 백두산 사진은 졸업해야할 것 같다.
다음 날 3시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장춘시 남호라는 호수 공원에 들려서 시간을 떼운다.
장춘 사람들이 꽤나 긍지를 갖는 유원지라는데... 조 앞에 보이는 우뚝 선 건물 중 흰건물이 어제 묵었던 호텔이다.
2012. 7. 23 - 7. 26 . 백두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