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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철원뜰에서

자연 사랑 2022. 8. 11. 08:39

 

 

철원에서

 

 

 

 

 

 

지뢰꽃

 

                                                     철원 시인 정춘근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선

지뢰꽃이 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지뢰를 지긋이 밟고

제 이념에 맞는 얼굴로 피고지는

이름 없는 꽃

 

밟으면 발 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시철망에 찟긴 마음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흘깃 스쳐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 냄새가 난다

 

 

 

 

생명의 힘은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70년이 지난 폐허의 콘크리트 속에 핀 잡초도 놀랍건만,

그 잡초에 핀 꽃을 향해 꿀을 찾아 가는 벌이 마치 살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여 슬프다.

 

 

 

 

실은  저 너른 철원 평야의 노란 들녘을 보고자 철원(소이산 평화누리 마루)을 찾았는데,

이미 갈걷이가 다 끝나 시기가 지났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빈 들녁인들 어떠랴하고 찾아보았다.

보름전에 왔으면 딱 좋았을걸, 그것도 살짝 안개가 낀날... 내년엔 한번 날 잡아아서 좋은 날 다시 와봐야겠다.

 

 

 

2015. 10. 3. 개천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