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예당지의 아침 풍경
세월을 낚다
호수의 아침 풍경
예당지 일출
밤을 지새운 사람들
열정
기다림
빈자리
예당지에서 아침을 맞다
예당지는
조사(낚시꾼)들에겐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았을 우리나라 최고의 붕어 낚시터이다.
비록 십수년이 지난 일이지만
나 역시 한 이십년쯤 낚시에 몰입했던 사람으로서
옛 추억과 함께 작년에 봉수산 휴양림에서 내려다 본 예당지가 잊혀지지 않아 다시 찾게 되엇다.
예당지는
사진가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물안개라도 있다면 그런대로 좋은 그림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몫을 했다.
근데
기대와는 달리
날은 쾌청해서 일출은 보겠지만 물안개는 전혀 없다.
더구나
바람도 불어 반영도 없다.
그저 해가 떠오르면서 붉게 물드는 호수만 보여줄 뿐이다.
뭐 그림이 좀 안좋으면 어쩌겠는가?
그저 추억을 찾아 왔으니 옛 생각에 젖어보고,
꼬빡 밤을 지샌 조사들을 보며 함께 밤을 지샜던 옛 낚시 친구들도 떠올려 볼 수 있었으니 헛걸음은 아니지않는가?
오늘 본 예당지의 많은 광경 중
바로 요 그림, 사방 1m나 될듯한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지붕도 없는 좁은 좌대에서 밤을 지샜을 조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정도라면
이건 낚시에 대한 열정이라기보단
초인적이라는 표현이 맞고, 낚시광이라는 말이 어울릴것이다.
허기사,
사람들은 취미로 무엇엔가 몰입하면 미치광이가 된다.
그래서 무엇엔가 몰입한 사람들에겐 흔히 '낚시광(狂)'이라는 말처럼 미칠 광자를 붙여 준다.
바둑을 처음 배울 땐 천장이 바둑판으로 보이고
골프를 처음 배울 땐 빗자루만 들어도 스윙연습을 하게 된다.
나 또한 이런저런 광기(狂氣)를 반복하다 이제 사진을 취미로 하다보니 다시 사진에 미쳐서 별의 별곳를 다 다니게 된다.
이번 예당지 출사는 크게 기대도 안했고 결과도 별로였지만,
물안개가 예상되는 날에 오면 좋은 그림도 가능하다는 확신도 들었고
나름 소위 촬영 포인트가 될만한 곳도 몇 군데 알아두었다는데 만족하고 발길은 돌린다.
2016, 5. 1. 예당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