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영동) 임한리 솔 숲과 월류봉의 아침
몽환의 솔숲과 황금 들녘에 서서
누가 그랬던가?
안개 자욱한 아침
솔향 가득한 솔숲에 서면
세상만사 다 잊혀지리라고
그리곤 오직 하나
청정한 가슴 하나만 남을꺼라고
근데, 천성이 그러해선가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
이 몽환의 아침에도 여전히 난 그저 속인일 뿐이라네
몽환의 솔숲과 황금 들녘에 서서
누가 그랬던가?
안개 자욱한 아침
솔향 가득한 솔숲에 서면
세상만사가 다 잊혀 지리라고
그리곤 오직하나
청정한 가슴 하나만 남을꺼라고
근데, 천성이 그러해선가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
이 몽환의 아침에도 여전히 난 그저 속인일 뿐이라네
구름이 머무는 월류봉의 아침
몽환의 월류봉
아름다운 월류봉
신선이 노니는 월류정 그곳에 내가 있다
이 곳이 선계(仙界)라면
구름이 머무는 저 정자에 들면 나도 신선이 되려나?
한 걸음에 달려가 정자에 들면 시 한수가 절로 나오리니
수없이 찾아와도 이런 날이 흔치 않더니
오늘은 신선이 되라하는구나
아, 황홀한 아침에 서니 생각조차 멈추는구나
몽환의 솔 숲
가을이 깊어가면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 들녘이
안개 자욱한 솔숲과 어우러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 곳이라면
보은 임한리 솔밭이 제격이니
연중행사처럼 이맘때면 임한리 쪽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주변에 보면
벼는 아직 수확전인 거 같고
예보상 임한리에 안개가 있을 거 같은 감이 온다.
새벽 세시에 달린다.
그러나 가는 내내 안개가 없다.
하물며 대청댐 유역을 지나는데도 안개가 없다.
안개가 없으면
임한리 솔 숲은 물건너 간건데
더구나 혼자가 아니고 나를 믿고 따라나선 일행이 있어 더 걱정이 된다.
5시 좀 넘어 도착해서 보니 안개가 없다.
반은 자포자기하고 밤길 운전으로 피곤해 잠깐 눈을 감고있는데
안개를 기다리며 밖에 나갔다 왔다 하던 함께 온 일행이 안개가 몰려 온다고 좋아 한다.
거참,
신기하게도
날이 막 밝기 시작하자 안개가 몰려 온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누꼬?
임한리 올 때 마다
기가 막히게 안개 자욱한 날만 골라 왔던 내 아닌가.
그래도 잠깐은 '이제는 운이 다 했나' 걱정했건만 아직 감은 살아있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한리에 올 때 초입에서만 놀다 간다.
뒷쪽 깊숙한 곳엔 이렇듯 또 다른 그림이 있는데...
뭐,
누구나
자기 취향대로 사진 찍게 마련이지만
혹시나
여기 뒷쪽까지 와본적이 없어
이런 그림을 포기한건 아닐까해서 하는 말이다.
소나무 사진의 대가들은
흔히 소나무 사진과 솔숲을
칼라 사진보다는 흑백사진으로 표현하길 좋아한다.
아직 미적 감각이 부족하고
사진에 대한 연륜이 미천하여
흑백 표현을 즐기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흑백표현이 어렵지 않으니
나도 따라서 흑백으로 표현해 보는 것 뿐이다.
어쩌면 흑백 표현은
옛 선조들의 산수화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먹으로만 표현을 하던 선조들은 산수화를 그릴때 소나무 그림도 즐겨했으니...
요 아래 사진
함께 했던 분이 나 몰래 뒤에서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그러고 보니 한심하게도 꼭두새벽부터 땅바닥에 무릎꿇고 저러고 다녔으니... 거참 사진, 할 일이 못되네그려!
구름이 머무는 월류봉의 아침
언제나 처럼
임한리에와서 안개를 만나면
대충 찍고 영동 황간에 있는 월류봉으로 날라야 한다.
거리가 멀지 않으나
시간상으론 사오십분은 족히 걸리는 길이지만
월류봉은 산이 높아 해가 뜨는 시간이 한 시간여 정도 여유가 있다.
그래서 서둘러서
아직 찍을게 많은 일행을 닥달해서
반강제로 임한리를 떠나 월류봉을 향해 내달린다.
가는 내내
안개가 자욱하니 기대가 된다.
이렇게만 된다면 분명 월류봉도 좋은 그림을 볼 수 있을터...
막상 월류봉 가까이 오니
안개가 사라지면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에고에고, 그러면 안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그렇게 서둘러
월류봉 주차장에 도착하니
대여섯분이 사진을 담고 있는데...
우와!
좀 더 일찍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구름이 남아 있어 이 정도면 그림이 괜찮다.
뭐 삼각대고 뭐고 필요 없고
렌즈도 11-24mm 하나만 달고
손각대로 여기저기 급하게 돌아 다닌다.
조 마지막 남은
월류봉에 걸쳐있는 구름 조각,
조것만 사라지면 그림은 끝이니 급하긴 급했다.
내 월류봉엔 꽤 많이 왔었다.
몇 년 전에도 임한리 솔밭을 거쳐 여기 왔을 때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해가 뜨면서 안개가 사라져 갈때 좋은 그림을 보여 주었고...
올 봄에
수달래 찍으러 왔을 때도
월류봉에 구름이 머물면서 수달래도 곱게 피어 좋았던 기억도 있다.
오늘도
임한리에서 그런대로 좋은 그림보고와서
이 정도의 그림을 보여 준다면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비록 새벽 세시부터 밤길을 달려와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듯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요만큼이라도 볼 수 있다는건
그래도 운이 좋은 거 아니겠는가? 아니면, 일기예보를 제대로 보는 감이 늘었다거나...
2017. 10. 20. 임한리와 월류봉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