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 일몰
동굴 속에 태양을 가두다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그 아침은 온 세상을 밝혀주지만 이내 곧 해는 지고만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면 하루가 지나가고 그렇게 세월은 덧없이 흘러간다.
오늘은 서해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해를,
하루의 처음과 끝을 한 자루에 담기로 한다
생뚱맞게
일출이 동해가 아닌 서해였으니
지는 해도 좀 별스러워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
그저 평범한 바다가 아닌
좁디좁은 동굴에 갇혀 있는 해를 담기로 한다.
시야가 탁 트인 바다를 두고
어이하여 좁디좁은 동굴로 기어들어 가느냐고?
아하! 그거 아무래도 맘이 어둡고 속도 좁은 내 천성에 맞는 거 같아서라면....
근데,
이게 웬일인가.
나 같이 속 좁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네...
이 좁은 동굴,
정식 명칭으로는 해식 동굴,
그 좁은 동굴에 지는 해를 가둘 수 있는 기간이 따로 있는데(9월 초 일주일 정도)
지금이
며칠 안되는 딱 그 시기의 끝자락이라선가
그 좁은 동굴에 카메라를 든 진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에고, 에고!
그 좁은 동굴에 진사들이 열 명이 넘는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자릴 잡았지만, 사람들이 넘쳐나니 내 자리까지 밀려 난다.
그려 그게 인생이여,
어디 처음에 내꺼라고 영원히 내꺼인가?
내꺼가 남의 꺼 되고, 남의 꺼가 내꺼도 되는게 우리네 삶인데.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우리 모두는 마음을 모아
이 좁은 동굴 속에 해를 가두었다.
그리곤
그림은 부족하지만
동굴 속에 가둔 해를 담을 수 있었다.
하여간 나나 이 사람들이나 대단하다.
태양을 동굴에 가두다니 이거 인간이 할 짓인가.
괴물인가, 아니면 신선인가, 어쨌거나 해는 잘 가두었는데...
어쭈구리
이거 오메가 아닌가?
못 생기긴 했어도 분명 오메가 일몰이다.
이 좁은 동굴에서
그 작은 바다를 가두어 놓고
고걸로 오메가를 만들다니 어허 이 사람들 괴물들 아닌가?
우하하하!
그 좁디 좁은 동굴 속에 해를 가둔것만으로도 기특한데
언감생심 기대도 못한 오여사를 예서 만나다니 이거 해도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좁디 좁은 동굴 속에 가두었던 해는 바다속으로 사라져 간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서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또 다시 밤길을 달려 되돌아오지만
해가 뜨고 지는 위치와 물 때, 그리고 기상 조건을 꼼꼼이 따져 나온 출사가 제대로 딱 맞으니 기분이 무지 좋다.
2018. 9.9. 변산 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