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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 추암해변에서 찰나의 순간을

자연 사랑 2022. 8. 13. 09:23

 

 

 

 

 

 

추암에서 

긴 기다림 끝에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을  만나다

 

 

 

 

예보와는 달리 온통 먹구름으로 꽉 찬 하늘

 

 

 

 

먼길 달려 온 수 많은 사람들이 기상청 예보를 탓하며 돌아선다

 

 

 

 

모두가

다 떠난 빈 해변에

나 같은 멍청한 몇 사람만 남아 있는데

 

 

 

 

이게 웬일

그 두터운 구름을 뚫고

불타는 하늘 속으로 살며시 해가 떠 오른다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선 한척이 햇님 속으로 들어 간다

 

 

 

 

우와!

저것 좀 보소!

비록 일부만 보이는 해지만 오메가 일출 아닌교!

 

 

 

 

그 짧은

찰나의 순간

긴 기다림 속에 진득하니 기다린 자에게만 주어진 선물

 

 

 

 

평생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감동의 장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에게 행운을 내려주었다

 

 

 

 

찰나의 순간이 닫히자

하늘과 바다는 다시 어둠에 갖히고

애꿎게도 성난 파도만 쉴새 없이 바위를 두드린다

 

 

 

 

세상에 

새벽녁엔 그 많던 사람들이

이제 겨우 몇 명이나 남아 있는가

 

 

 

 

현명한 자들은 포기 할 줄 알고

미리 다 좋은 곳을 찾아 서둘러 떠나서

우직한 나같은 모질이나 죽치고 해변에 붙박이로 남았었는데

 

 

 

 

하늘은 

기어이 모질이의 손을 들어주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행운을 남겨 주었다

 

 

 

 

 

2013. 10. 3. 추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