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옵바위 일출
누군가 '왜 사진을...' 하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아름다운 풍광 앞에 섰을때의 감흥때문이라 말하리라.
그것도 힘들게 찾아간 곳이라면 감흥은 배가되고, 스스로의 노고에 보람까지 맛볼 수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전부터 고성 공현진의 옵바위 일출이 보고 싶었다.
동해에 눈이 많이 왔다하니 설경도 볼겸 공현진을 찾아가 본다.
처음 가는 곳이라 네비에 옵바위를 치니 사진 촬영명소라는 지명으로 입력되어있다. 명소는 명소인가보다.
한밤에 혼자 가는 길은 외로울 거 같은데
눈앞에 펼쳐질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면서 가는 길은 나름 행복하다.
처음 보는 옵바위. 아직은 빛이 없어 장노출로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본다.
삼사십분을 기다리니 날이 밝아 온다.
날이 밝아 오면서 보여주는 풍광에 가슴이 떨린다.
이 정도 하늘이라면 일출은 볼 수 있겠고 파도 또한 좋아 기대가된다.
파도가 너무 좋다.
동해에 여러번 왔었지만,
이렇게 파도가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옵바위를 처음 찾은 사람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다니...
'삼대에 덕을 쌓지는 못했겠지만...' 전생에 나쁜 놈은 아니었을듯하다.
옵바위 사이로 해가 뜬다.
일엽편주라 했던가, 그 사이로 아주 작은 어선이 파도에 흔들린다.
새볔 바다에 거센파도와 싸우며 고기잡는 어부들의 노고에 갑자기 미안해 진다.
눈 덮힌 옵바위
힘찬 파도와 맑게 떠오르는 태양,
거기다 갈메기까지 날아주니 이를 일러 금상첨화라 하던가?
이 좋은 날 생각보다 진사들도 몇 안된다.
주말이고 기상 예보도 좋았는데 모두 열두세분 정도라니 생각 밖이다.
유명세에 비해 사람도 많지 않아 홀가분하게 사진을 담을 수 있으니 이것도 운이 좋은 거겠지...
내 원래 여행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돌아댕기기 좋아하는 역마살이 있다지만,
사진을 시작하면서는 목적을 갖고 가야할 곳만 찾아가다보니 이 역마살도 좋게 받아들여진다.
이제
자리를 이동해
일출은 그 정도로 끝맺고 파도를 집중적으로 담아 본다.
아아!
넘실대는 파도 저편에
파도 속 끝자락에 일엽편주가...
안쓰럽다.
자세히 보니 부부던데...
이것도 삶의 현장이니 뭐라 말하겠냐만...
그나저나
작은 어선이 있어
내게는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 준다.
이제 해도 중천에 뜨고
슬슬 자리를 털고 마무리를 한다.
눈밭에서 나오면서 마지막까지 남아 바다에 몰입하고 있는 진사를 담는다.
속초까지 나오면서 혼자 전라도 광주에서 버스타고 왔다는 진사를 버스터미날까지 데려다 준다.
열흘전에도 왔다가 해도 못보고 갔기에 또 다시 왔다는 노진사, 어제 와서 공현진에서 잤다는데 그 열정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멀었다.
속초에 와서 아침을 먹고
다음 여행지로 가면서 다시 옵바위에 왔다.
주경은 잘 안담지만, 낮에 보는 옵바위 풍광은 또 다른 느낌이다.
여전히 파도도 좋고,
끝없이 펼처진 동해가 가슴까지 확 트이게한다.
아하, 갈메기가 파도를 탄다.
고 녀석들 큰 파도에도 아랑곳 않고 파도위에 노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번 여행은 여러곳을 아우르는 코스지만, 사진을 담는 나로서는 옵바위가 단연 압권이었다.
2014. 2. 16. 공현진 해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