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삼척) 태기산 은하수와 동해 장노출
태기산 은하수
은하수가 있는 밤
대관령 전망대에서 본 동해
파도를 모으다
파도가 만든 작은 폭포들
파도가 만든 운해
항구의 아침
해변의 모래톱에서
빛 고은 아침 바다
파도에 쌓인 월미도
요동치는 바다
바위틈에 숨은 월미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했던가.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 하늘이 돕는다는 말이겠지.
사진도 마찬가지라 좋은 그림을 쫓아 부지런히 다니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그 댓가를 지불할 것이다.
요즘
가는 곳마다 그런대로 그림을 만들어 오니
남들은 나보고 꽤나 특별한 것처럼 사진운이 좋다고 한다.
근데 그건 아니다.
나도 소위 꽝 칠때도 있고,
꽝치면 소문을 안내니 매번 좋은 그림만 만나는 줄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밤을 낮 삼아 최적의 시간을 찾아가다보니 꽝의 횟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운보다는 철저하게 기상 예보를 보고
예보에 맞게 예측을 해서 적당한 곳을 선정하는게 더 중요하다.
기상청 예보가 자주 엇나가다보니
심지어는 기상청이 아닌 구라청이라 빈정거리기도 하지만
자연 현상의 변화를 100% 예측하지는 못한다해도 어느정도는 믿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풍경사진을 담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기상청 예보를 보고 또 보는 것이다.
기상청 예보가 7-80 %는 맞는다 하면
예보를 잘 활용하면 반 정도는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경사진가들은 멀고 가까운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기상 예보를 보고 출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기 예보를 보니
동해의 아침은 날도 흐리고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에 가물어서 난리인데 비까지 내리면서 파도가 최고 6m까지라니...
요즘 두세시 경에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시기인데
가는길에 있는 태기산은 맑으니 잘하면 은하수도 볼 수 있고,
하여 은하수와 동해에서의 장노출을 생각하고 갑작스럽게 출사를 결정하고는 11시 반에 집을 나선다.
11시 반에 나와 다음 날 7시 넘어 집에 도착했지만
하늘도 감동했는지 오늘 세운 계획은 한치의 어그러짐도 없이 딱딱 들어 맞는다.
아직 초보라 그림은 볼품 없지만, 태기산 은하수도 좋았고 동해의 장노출 또한 좋았으니 역시 부지런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가 보다.
은하수를 찾아 태기산을 가다
갑자기 왠 은하수 바람이 불어서...
요즘
나 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은하수에 빠져버렸다.
아마도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시기가 5월부터 8월까지라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리라.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프로는 한 우물만 파고 아마추어는 이것저것 다 해 본다고,
사진도 마찬가지라 아마추어는 풍경에 야생화에 조류에... 이제는 별사진까지 담아보겠다니...
태기산 기상 예보가
하늘은 맑은데 습도가 85%라 약간은 걱정을 했다.
혹시라도 습도가 높아 안개라도 끼면 별 보기는 물건너 간거나 마찬가지라서...
막상 태기산 정상석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니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별은 내 평생 본 적이 없는거 같다.
밤 두시 반쯤 되었는데 은하수도 산뜻하고 동서남북 온 하늘이 별들로 가득하다.
왜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은하수 촬영지로 태기산을 꼽는지 알거같다.
은하수 촬영의 최대 방해물은 광원인데 산 정상에서 보이는 남쪽에 광원이 별로 없고
첩첩 산중이라 하늘 또한 맑아서 별이 잘 보일 수 밖에 없으니 좋지 않은 길도 마다 않고 찾아 오는것이겠지...
이 날은 평일이고
여기 태기산 길이 작년까지는 승용차는 못 올라 오는 곳이었기에
달랑 차 세대 밖에 없어 호젓하게 사진을 담기는 했지만 역시 4시가 가까워 오니 별들이 사라져버린다.(아래 사진에서 북두칠성을 찾아보라)
삼척 갈남 해변에서
어허!
이 사람들 보게나!
우격다짐으로 파도를 모아 이상한 그림을 만드네 그려...
오메야!
때로는 더 많은 파도를 모아
이렇게 바다에서 운해에 쌓인 산그리메도 만드는겨?
참으로 몹쓸 사람들이네!
그냥 보이는대로 카메라에 담으면 될 것을...
억지로 파도를 모아 작은 폭포도 만들고 산도 만들고, 이게 뭔 꼴갑인겨...
오래 살다보니
맨날 밥만 쳐먹고 사는 인간 없더니만,
아, 요것도 그냥 하던 짓만 계속하니 살맛 안나던가?
사진을 두고
예술이니 마니 언쟁을 높일 때가 있는데,
사진이란게 카메라에 의존하게되고, 요런 특별한 창의성이 가미되니... 그래서 사진은 반은 과학이고 반은 예술이란다.
내 예술가라서가 아니고
이런 파도를 모으는 장노출 사진을 참 좋아 한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모여 구름을 만들고 작은 폭포를 만드니 정말 아름답지 아니한가?
다만,
파도를 모으는 장노출은 조건이 까다로와서
좋은 그림을 만들기가 쉽지 않는데다 바다가 먼곳에 살다보니 기회가 없는게 아쉽다.
그나마도
서해는 바닷물이 탁해
동해와 같은 그림을 만들지 못하니 더더욱 기회가 적을 수 밖에...
그래서
일기 예보를 보고 최적의 기회라 생각될때만 찾아오게 된다.
그렇게 고작 일년에 두세번 오는게 다니, 그래서야 뭔 좋은 그림 만들 수 있겠는가?
여기 갈남해변은 몇달전에도 왔었던 곳이다.
그 때 별로 좋은 그림을 못만들어서 재 도전을 한 셈인데...
예보상으론 파고가 최대 6m라고 했으나 겨우 2,3m 정도 되니 이번에도 좋은 그림은 틀렸다.
오늘도 왔으니
어쨌거나 여기저기 다니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할 뿐...
이제부턴
장노출은 치워버리고
또 초광각 사진이라는 새로운 짓거리를 한다.
11-24mm.
요거이 왜곡만 없으면 물건인데,
최대한 왜곡 없이 담는 요령을 터득해서 초광각 사진을 담아 본다.
언제나 철들래나?
요 바위에 올라간들 뭔 그림이 된다고
기어이 저 바위 꼭데기에 올라가 사진을 담아 봤지만 한놈도 쓸 놈이 없었으니 ...
주문진 소돌바위 공원에서
오늘의 마지막 출사지는 주문진 소돌바위 공원이다.
사실 태기산 은하수에 갈남 해변 장노출, 이 정도면 하루 출사량으로 치면 넘치는 양인데
어려운 걸음으로 먼길 왔으니 하나라도 더 건져야겠다는 그 놈의 욕심이 올라 오는 길에 주문진까지 올라가게 한다.
운 좋게도
비가 좀 내리다가 도착하니 비가 딱 그쳐서 파란 하늘을 본다.
거참, 사진 다 찍고 올라 올 때도 기다렸다는듯이 차를 타고 출발하니 비가 내린다.
근데,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여기는 장노출을 담는 곳은 아니다.
그저
신기하게 생긴 바위나 보고
파란 하늘과 바다와 등대나 보고 오는 곳이다.
그래서
제목도 소돌아들바위 공원이라 하지 않는가?
여기는 사진이 아니라 잘 정돈된 데크를 따라 걸으며 동해바다를 사진이 아닌 가슴에 담는 공원인 것이다.
2017. 5. 26. 태기산에서 삼척, 주문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