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의 숲

소생의 숲

休

애교

비행 1

비행 2

육추 1

비행 3

육추 2

호기심

교감(交感)

오색딱따구리 육추

내
새 사진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지인으로부터 하남시 '나무 고아원'에 오색 딱따구리가 육추를 한다고 사진 찍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새 사진하면
렌즈는 대포가 필수인데
가난한 진사에겐 천여만원이 넘는 비싼 렌즈는 엄두도 못낼일이니 일부로라도 새사진은 멀리 했었는데,

대포가 아니라도
새를 담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첫 경험이지만 딱다구리 육추 장면을 담기 위해 나무 고아원엘 갔다.

벌써 몇 분이
대포로 중무장을 하고
딱다구리 놀랠새라 소리를 죽여가며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내도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는 좋지 않은 날씨지만
대포의 1/10 가격도 안되는 싸구려 렌즈를 장착하고 최선을 다해 따발총을 쏜다.

따다다다다다...
새의 동작은 너무 빨라 적어도 1/2000 초 이상의 셔터 속도라야 흔들림 없는 그림이 되니
새촬영은 처음이지만 주워 들은 풍월을 참고해서 셔속을 1/3-4000 정도에 맞추고 초고속 촬영으로 따발총을 쏘아 본다.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따발총을 쏘는데도
처음엔 카메라에 이 녀석들이 잡히질 않고 빈 하늘만 찍힌다.

눈 빠지게
그야말로 초긴장하면서 방아쇠를 당기니
겨우 따발총 속에 한컷, 두컷 잡히기 시작한다.

근데,
육추장면을 담으러 왔지만
아직은 둥지 안의 새끼가 어린지 머리를 내 놓지 않는다.

찌르래기 육추

자리를 바꿔
찌르래기 둥지로 자리를 옮긴다.
이 곳에는 다행히 둥지에서 새끼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요 정도면
잘하면 먹이 주는 장면을 담을 수 있겠지...
잔뜩 기대를 하면서 어미가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앗싸!
어미새가 떴다.
새끼가 밥 달라고 난리다.

그랴, 그랴!
이쁜 내 새끼!
맛나고 영양가 많은 최고급 괴기 먹고 쑥쑥 크거래이.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이 한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너른 숲을 다 뒤져서라도 맛나는 괴기 열심히 찾아다 주마...

앗!
근데,
내 새끼 어디갔느냐?

요놈들 배 때지가 불렀나?
지 애미 오십견이오도록 열심히 날개짓해 괴기 잡아왔는데도 코빼기도 안비치다니...
그래도 다행히 애미 고마운 줄 아는 녀석이 있어 애미 서럽지 않게 고개를 내밀어 먹이 받아먹을 채비를 한다.

남의 집 엿보기

이쁜새,
새에 대해선 초짜라 새 이름은 모르겠고
고 녀석 작지만 하는 짓도 귀엽고 생김도 이쁘장하니 잘 생겼다.

주변의 진사들도
새 이름은 모르겠단다.
새 이름이야 언젠가 알게 될 거...

하는 짓이 이쁘니
보너스라 생각하고 열심히 담아 본다.
근데 요녀석 보게, 아래로 살금살금 내려가는 것이 영 수상하네.

어허!
이 녀석 봐라!
고거 너네집 아닌데...

아니,
요녀석 살금살금 내려가더니
주인이 없는 순간 오색 딱따구리 둥지로 가네.

어, 재 뭐여?
새 초보인 나도 놀래고
옆에 있던 새 전문 진사들(?)도 놀랜다.

이녀석,
기어이 남의 집에 와서
고개를 디밀고 안에까지 확인을 한다.

그러다 오색 딱따구리가 오면 일단 도망을 갔다가
딱따구리가 없으면 다시 남의 둥지로 날아들기를 반복하니...
거참, 새들의 세계엔 문외한이니 그저 신기할 뿐 지금도 답을 알 수가 없다.

나무 고아원

하남시 '나무 고아원'은
말 그대로 버림 받은 나무들을 치유하는 수목원이다.
병든 나무 버려질 나무들을 모아서 잘 가꾸어 가로수 등으로 다시 활용한단다.

그렇게
버려진 나무로 만든 숲이
이제는 제법 숲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름 난 수목원 처럼
가치있는 수종은 없어도
규모있게 계획적으로 잘 가꾸어지진 않았어도

다양한 수종들이 숲을 이루니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아 진사들 말고는 하루 종일 열사람이나 봤을법 하지만,
오히려 유명세 있는 수목원에 가서 사람에 치여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거 보단 여기가 훨씬 좋을듯하다.

그리하여, 내 이 숲을 일러 '소생의 숲'이라 하리니...
병들고 버려진 나무가 모여 이렇듯 생기 넘치는 숲을 이루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어찌 이를 '소생의 숲'이라 하지 않겠는가?

2015. 5. 30. 하남 나무고아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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