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해가 뜨다
왠 호들갑이냐?
그저 해가 뜨면 아침이려니하고
어제도 그제도 그저 온 날을 그렇게 해가 뜨면 떴나부다 했거늘...
언제부터
해가 뜨는 바다에서 맘 조리며
긴 여명 속에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던가?
혹여 늦을세라
새벽 한시부터 밤길을 달려가
아직 여명도 없는 깜깜한 바다를 보고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가?
그것도
어부들이나 보는 물때도 찾아보고
그 오랜 날들을 기다려 굳이 해 뜰 무렵 물 빠지는 날을 골라 왔으니...
어허!
고작 요런 바다를 보고 싶어
그 긴 날을 벼르고 별렀단 말인가?
눈이 삔 건가?
기상청이 구라청인가?
다 좋은데 하늘이 맘에 들지 않는다.
구름이 많다 했는데
그러면 여명이 훨씬 이쁠텐데,
주제에 뭔 이쁜 하늘 타령이겠냐 마는...
그래도
요건 아니었는데
온밤을 달리고 달려 온 보람이 반감되지 않는가?
아니다.
늘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이렇게 관심 갖고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되지 않는가?
어제의 아침을 생각해 보니
침대에서 맞는 아침이 아니라서 좋고
열대야에 시달렸던 몸이 뚝 떨어진 기온에 두꺼운 점퍼를 껴입고 맞는 아침이라 더 상쾌하지 않는가?
비록
먼 길을 달려 왔지만
어제와 다른 아침이라 좋다.
해가 뜬다.
마음이 바빠진다.
이제 또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 그제와 다르게
오늘은 먼 바다에서 아침을 맞는다.
게으른 내게도 가끔은 이런 날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라고?
해가 서쪽에서 떴냐고?
그려, 그려... 해가 서쪽에서 떴단다.
미친 해가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 떴단다.
뭐 바다 일출이라고 꼭 동해 일출만 있다더냐?
가끔은
게으른 나도 떠오르는 해를 쫓아 부지런 떨 듯이
더러는 미친 해가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도 일출 그림을 보여 준단다.
2018. 9.9.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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