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하얀 세상
눈을 찾아 온 사람들
눈으로 그린 그림
눈 내리는 목장
목장의 끝자락에 서면
눈이 내린다
폭설의 흔적
눈이 만들어준 꽃(雪花)
대관령 양떼 목장
이 해도 며칠 안 남았는데
생각있는 사람이고 나이 값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한 해의 끝자락에 선 지금 지난 날 되돌아 보며 반성하고 또 반성해도 부족하거늘...
철딱서니 없이
강원도 산간에 대설 특보가 발령됐다고
새벽바람에 득달같이 차를 물아 대관령으로 향한다.
어찌보면 철부지요,
좋게보면 아직 열정이 남아 있다는거니
어차피 늙어 꼬부라지는 처지인데 좋게 봐서 그나마 열정이 있으니 아직은 쓸만하다 해야할까?
뭐 하나 딱부러지게 하는게 없으면서
이것저것 기웃거리기 일쑤인 천성이 어디가랴,
사진 또한 풍경사진 위주로 한다고는 하나 안건디는게 없는 잡식성이다보니...
겨울이면
고니니 두루미니 요녀석들 잡는 재미도 솔찮았는데
에고에고! 올해는 그 놈의 조류독감이 녀석들과의 조우를 막아 겨울을 삭막하게 만들었다.(축산농가의 피해는 차치하고...)
그러다 보니
이렇듯 일기예보에 더더욱 민감해져서
대관령에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대관령하면 양떼 목장이니 한 걸음에 달려와 목장에 든다.
눈은 계속 내려 카메라 관리가 조심스럽지만 그나마 춥지 않아 다행이다.
양떼 목장에 도착하면 의례히 가는 곳, 이젠 사진가들의 국민 포인트가 된 요기로 직행한다.
사실
대관령 양떼 목장은 규모도 작고
특별히 그럴듯한 그림을 보여 주는 곳은 아니다.
다만, 사시사철 중 딱 한 철
겨울에 눈이 왔을 때야 제대로 된 그림을 보여 준다.
그 나마도 여기 국민 포인트 말고는 별로 좋은 그림이 없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목장에 오면
다른 곳 다 제쳐두고 요기는 필수적으로 오게 된다.
눈이 제법 많이 내려 제대로 된 설경을 보여 준다.
지난 번 정동진 왔다 올라가는 길에도 들렸지만 눈이 부족했었는데 오늘은 30cm이상 눈이 쌓여 다행이다.
더구나 눈이 계속내리는 중이라 하늘은 어둡지만 함박눈은 아니라도 눈을 맞으며 사진을 담는다는건 귀한 경험 아닌가?
눈이 계속 내리는 중이고
평일이라 그런가 목장을 찾은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인적도 없는 눈내리는 목장 그림이 그야말로 목가적인 풍경이다.
젊은 사진가들인데
연인인듯 둘의 분위기가 아주 좋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풍경도 담고 추억도 담고...
그 젊은 여 진사
포즈도 그럴듯 하다.
무엇을 담았는지는 모르지만 젊음의 감수성으로 좋은 작품 담았기를...
가끔 여자들에게 눈과 비를 비교하여 물을 때
눈이 좋다하면 아직 철이 덜든 소녀라 하고 비가 좋다면 성숙한 여인이라고 한다.
말의 의도엔 눈은 보기 좋지만 뒤끝이 지저분 한데 비해 비는 순간에 모든 걸 씻어 내려 뒷끝이 깔끔한 것도 한 몫을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이라면 어느 누가 비가 더 좋다하겠는가?
여기 이 자리에서라면 어느 누가 눈이 더 좋다하지 않겠는가?
그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린 지금, 이 자리에 서면
누구나 다 아름다움을 담는 사진가가 되고 감동을 읊조리는 시인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그 멀리서 아름다움을 찾아 예까지 오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이 나이쯤 되면
잡다한 감정엔 치우치지 않을 때도 되었지만,
그래도 이런 풍경 앞에 서면 옛 추억도 새록새록 떠 오르고 무딘 가슴에도 감성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오대산 월정사
기왕에 예까지 왔는데
그냥 가긴 아깝지 않는감?
그래서 점심 먹고 오대산 월정사로 향한다.
월정사는 전나무 숲이 많아
눈이 많이 오면 참 아름다운 곳인데
여기는 눈이 그쳐서 파란 하늘까지 보일 정도라 좀 아쉽다.
원래
양떼 목장이 본 게임이고
요건 보너스라 생각했으니 요 정도면 땡큐지 뭐...
움매!!!!
월정사로 들어가는 맑은 개천에 반영이...
위험을 무릎쓰고 하천에까지 내려가 반영을 담아 보았다.
언뜻 보면
눈 덮힌 전나무 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후후! 사진 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그림은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이다.
월정사를 한바퀴 돌았지만
눈이 많이 녹아 좋은 그림이 되질 않는다.
무려 500 여리를 되돌아 와야 하고 갈 때와는 달리 올 땐 더 피곤하니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2016. 12. 27. 눈을 찾아 떠난 여행
'풍경 사진 > 풍경 사진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 철원) 철원 평야 (0) | 2022.08.14 |
---|---|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 나무 숲의 봄 (0) | 2022.08.14 |
(강원 인제) 방태산 폭포와 원대리 자작 나무 숲 (0) | 2022.08.14 |
(강원 동해) 겨울 추암 일출 (0) | 2022.08.14 |
(강원 강릉) 남애항의 아침 (0) | 2022.08.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