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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사진/풍경 사진 - 강원도

(강원 원주) 치악산 상원사 설경

by 자연 사랑 2022. 8. 16.

 

 

 

 

 

 

 

 

상원사 설경

 

 

 

 

 

 

 

상고대와 설화

 

 

 

 

 

 

안개  속의 상원사 일출

 

 

 

 

 

 

어설픈 일출

 

 

 

 

 

 

하늘을 잔뜩 덮은 안개,

아쉬움 속에 그래도 해는 떴다

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붉은 기운만이라도 반갑다

 

 

 

 

 

 

겨우내

눈이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하필이면

설날 다음 날이지만

대설 주의보(?)에 새벽엔 해가 쨍하다는 예보다 

 

 

 

 

 

 

설 연휴도 아랑곳 않고

열 일 제쳐 놓고 달려 왔건만

짙은 안개로 앞산이 안 보일 정도다

 

 

 

 

 

 

 

역시나

기상청은 구라청이고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보다

 

 

 

 

 

 

 

새벽 두시에 출발하여

등로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4시

눈을 뒤집어 쓴 차외엔 차가 한 대도 없다(오늘은 내가 첫 손님?)

 

 

 

 

 

 

 

눈은 발목을 덮을 만큼 쌓였고

왠지 기대대로 좋은 아침이 될 거 같은 예감에 

무리하게 가방엔 삼각대에 표준, 광각, 망원 렌즈까지 쑤셔 넣고 산을 오른다

 

 

 

 

 

 

1100m 고지에 있는 상원사는

눈만 아니라면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닌데

눈이 많고, 더구나 얼음 위에 그대로 눈이 쌓인 곳이 많은 상황이라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렇게 두시간 반쯤 

스틱과 아이젠에 의지해서 상원사에 도착하니 날이 막 밝아 오고 

절에 드니 눈을 쓸던 스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산신각이 전망이 좋다고 일러 준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산신각에 오르니

분명 해뜰 시간이 가까이 오는데 하늘은 깜깜 무소식이다

그냥 동쪽 하늘이 밝아 질뿐 짙은 안개로 일출 보기는 애시당초 틀린 거 같다

 

 

 

 

 

 

어쭈구리! 

'사진은 기다림이니라'고 되네이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데 아예 눈까지 내리며 일출은 물건너 갔다고 약올리기 까지 하네...

 

 

 

 

 

 

그려, 

인생이 그리 만만한게 아닌겨!

예상대로 딱딱 맞출 수 있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인겨!

 

 

 

 

 

 

그래도 기다린다

구름 속에서 해는 이미 떴고

해도 나름 안개를 걷히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빛내림도 아니고

그저 구름 사이로 빛을 발산한다

해와 안개가 서로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기 하는 듯

 

 

 

 

 

 

그런데 지금은

못된 안개와 구름이 이기고 있다

나는 되도 않는 그림인걸 알면서도 그냥 있를 수 없어 셔터를 눌러 본다

 

 

 

 

 

 

아, 드디어

등산객이 한 분 올라 왔다

혼자 올라오느라 고생하셨을텐데 첫 손님(?)이라 반갑다

 

 

 

 

 

 

역시 

사진가든 등산가든 인증샷은 필수 인가 

치악산이란 이름의 기원이 된 보은의 전설이 깃든 종각앞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내 

치악산을 억수로 좋아하는 이유는

치악산 자락이 바로 내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나뭇지게 지고

치악산 재 너머까지(곧은치) 가서 나무를 해오기도 하고

 

 

 

 

 

 

봄이면 

친구들과 개구리를 나무에 묶은 낚시대를 만들어

맑고 깊은 계곡에 숨어 있는 가재를 잡으러 다녔던 고향이다 

 

 

 

 

 

 

그러니

나는 물론 서울에서 태어 난 아들에게도

'너는 치악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 낳느니라' 어려서부터 세뇌하기도 했고

 

 

 

 

 

 

생김새가 그러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산적이라 칭하며 평생을 산 것도

어쩌면 유난히 치악산을 사랑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치악산이란 명칭은

구렁이로 부터 새끼를 구해 준 선비에 대한 보은으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종을 울려 선비를 살렸다는 꿩의 전설에 기인한다

 

 

 

 

 

 

그 보은의 종 앞

하얀 눈에 발자국이 어지럽다

나와 스님은 차마 더러워질까봐 밟지 못했는데 아마도 아까 그 등산객 발자국인가 보다

 

 

 

 

 

 

애초에

눈 덮힌 절의 풍경과

그 설경에 어울리는 일출을 보기 위해 왔는데

 

 

 

 

 

 

일출은 틀렸다해도

설경은 그야말로 맘에 쏙 든다

기상 변화로 눈이 흔치 않은 요즘 어디가서 이런 설경을 보겠는가

 

 

 

 

 

 

오죽하면

새벽에 눈을 쓸던 스님도 내게

올 들어 가장 아름다운 설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상원사의 설경 포인트는 

바로 요 보은의 종각과 어우러진

소나무와 주변 나무들의 상고대 핀 모습이다

 

 

 

 

 

 

여기

상원사의 전경과

보은의 종각이 한 눈에 들어 오는 곳

 

 

 

 

 

 

바로 그곳에

위의 풍경을 편하게 볼 수 있게(전엔 그냥 바위)

절에 오르는 긴 계단 끝에 새롭게 전망대를 만들었다(2020년에 없었는데...)

 

 

 

 

 

 

누군가 그랬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그저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고 감흥은 가슴에 담으라고...

(사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잘 찍겠다는 욕심에 감흥은 사라지고 만다)

 

 

 

 

 

 

 

 

근데,

난 그저 욕심이 많은 속인이라

가슴에 담기보단 늘 좋은 사진을 남긴다는 욕심으로 카메라에 담는게 우선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아마추어인 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건 아니지만 좋은 사진을 담는다는 자기 만족과

추억 창고에 남겨 두고 가끔 찾아보면서 그곳, 그 순간을 되돌려 보고자 사진을 담는다

 

 

 

 

 

 

 

새벽 4시부터 12시까지 8시간,

배고픔과 추위에 힘들고, 일출도 없는 조금은 실망스런 출사였지만

주차장에 이르러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니 오늘 아침 치악산이 보여 준 하얀 세상이 다시 가슴 가득 행복감을 채워준다

 

 

 

 

 

 

 

 

2022. 2. 2. 치악산 상원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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