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둔산이여!!!!
설국(雪國)이 바로 이런 세상이던가!!!
눈으로 인해 눈이 즐겁고 호강하니,
오는 내내 눈길에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눈이 있는 세상이 새삼 고마워진다.
기상 예보에
대둔산에 눈이 왔다기에,
오늘 또 낮에 눈이 더 내린다기에 대둔산으로 간다.
온통 눈으로 덮힌 세상,
한 동안 말을 잃고 눈에 파묻힌다.
그나저나 이렇게 눈에 파묻혀 본게 언제였던가?
아직도 눈이 내리는 중이라 빛이 없어,
탁 트인 조망과 쨍한 그림은 기대하기 어렵다.
빛이 없으면 어떤가?
또 시야가 좀 답답하면 어떤가?
오히려 안개 드리운 눈세상이 몽환적이지 않은가?
가끔은
이렇게 꿈속에서나 봄직한,
몽환적인 풍경에도 마음을 뺏기게 되는게 우리네 변덕스런 감성일진데...
정상에 오르니
아! 드디어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하늘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바로 안개가 걷히며 하늘이 열리는 순간을 기대하고 예까지 오지 않았는가?
바로 요 순간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요,
내심 산을 오르는 내내 정상에 가면 하늘이 열리길 학수고대했는데...
눈이 내리는 풍경이야 늘 보는 풍경이요,
눈이 쌓여있는 대관령을 포기하고 대둔산으로 방향을 틀은건
일기예보를 보고 바로 이렇듯 눈이 오다 하늘이 열리는 순간을 예측했기 때문 아니었던가?
그 순간이 바로 내 앞에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기대에 부응해 준 하늘이 고맙다.
하늘이 열리는 순간,
이 순간에 카메라를 든 사람이 나 말고 딱 한사람 더 있다.
오늘 아침 덕유산을 들렸다 실망하고 급히 요기로 왔다는 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웃는다.
글쎄,
요 정도 그림이라면
나 역시 대관령을 포기하고 예로 온거 정말 탁월한 선택아닐까?
아쉽지만
마지막 케이블카가 5시라 서둘러 내려온다.
내려 오는 길에 오르면서 짙은 안개로 가리웠던 그림을 다시 찾아 본다.
가끔 하늘이 살짝 열려
산 아래 세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오를 때와 별반 차이는 없지만,
빛이 쪼끔 있어 시야가 한치 앞 정도는 넓어졌다.
내려 오면서 보니
산 정상은 다시 안개로 덮혔다.
정상에서 더 기다려도 소득이 없었을터... 요것도 탁월한 선택인가?
애인인듯한 커플이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며 정신 줄을 놓고 있다.
사람 없는 풍경을 담으려 기다렸는데, 떠날 생각을 안하니 그냥 그림 속에 넣어 본다.
아무튼
이 번 대둔산 출사는 초보 진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또 한 번 풍경 촬영에서 기상 예측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는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2012. 12. 08. 대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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