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내리다
11mm 화각으로 본 마이산
농촌과 도시가 한눈에 보인다
마이산(馬耳山)
말의 두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산 이름
그런가?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사람들은 저 두귀를 보러 오고 또 온다
두 귀가 아니라도 저 큰 봉우리가 하나의 돌덩이라니
어쩌면 큰 산봉우리가 하나의 돌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터
갑자기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리니 단풍이 빛이 난다
달려, 달려, 달려서 자작나무 숲으로
좀 전엔 저 앞에 보이는 앞산에 있었는데, 산 하나를 돌아 예서 보는 마이산 느낌이 다르네
심심하니 요런 그림도 만들어 보고
요로코롬 흑백으로도 만들어 보고
흑백 그림에 약간 색을 입혀 보기도 하고
자작나무 숲은 만추인데 끝내 기대했던 운해가 없어 아쉬웠던 아침
내 년 가을엔 운해 구경 좀 하게 해 주시구려!!!
오는 길에 들린 요즘 새롭게 뜨는 공주의 작은 저수지
다시 찾은 마이산
오기인가?
아니면 열정인가?
한 번 필이 꽂히면 그곳을 가고 또 가게 된다.
흔히
사진가들끼리 얘기하는
소위 '졸업'할 때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
해서 사진가들 입에서
5 : 0 이니 10 : 0 이니 하는 말이 나오게 되었는데
아니, 사진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갑자기 축구 경기라도 한단 말인가?
풍경 사진을 찍다보면
얼마 안가 곧 날씨에 대한 의존도를 실감하게되고
아무리 기상청의 예보를 끼고 산다해도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겸허해지게 마련이다.
5, 6 년전 쯤 사진을 막 시작할 무렵,
바로 여기 마이산을 담는 포인트 중 하나인 부귀산 포인트에서 만난 분
서너시간을 기다려도 하늘이 안 열리자 끝내 내려가면서 한 말이 내내 잊혀지지 않고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혼자 오신 나이 지긋하신 분이었고,
목포에서 오셨다니 결코 가까운 길은 아닐텐데...
" 올해 다섯번째 와서 꽝치고 갑니다. 담엔 좀 좋은 얼굴 보여 주세요! "
그 후론
내 어디를 가나
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하늘 탓을 하지 않는다.
기대에 못 미침은
그저 운이 따르지 않음이요,
다음에 또 오라는 하늘의 뜻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먼길 갔으니 나름 최선을 다해볼 뿐이다.
올 가을
여기 마이산을 보러 온 게
이번까지 세 번째의 도전이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처음엔 투구봉에 가서 운해는 조금 봤지만 추색이 부족했고,
두번짼 여기 정수장 포인트에서 한치 앞도 안보여 마이산 코빼기도 못보고 내려갔고,
이 번엔 마이산은 보이나 운해가 없어 그저 밋밋한 그림이니 여기 진안골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허기사 투구봉을 안내해 주셨던, 이 부근 전주에 사는 분 왈
1 년에 120 일을 국사봉과 마이산을 찾았다 하니(달력에 기록해 봤단다)
사진 생활 1,2 년 한 분도 아닌 베테랑인 분조차 이 두 곳의 그림다운 그림을 위해 찾아 나선 날이 1년에 백일이 넘는다는데...
겨우
세번 와서 모두 꽝쳤다 불평한다면
지가 신이 아닌 이상 그게 어디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그래도
정수장 포인트에서 대충 찍고
차를 몰아 여기 자작나무 숲 포인트로 오길 잘했다.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비록 좋은 그림은 아니라도 볼거리는 건질 수 있으니...
어허! 자연은 어찌 할 수 없으나
상황에 맞는 대처는 인간의 몫이라하면,
그래도 난 조금의 운도 있고, 때론 상황 판단의 능력도 있는 편 아니겠는가?
2017. 11. 13. 마이산을 보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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