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류봉 수달래가 이리도 아름다운 건

월류봉을 감싸고 도는 맑고 고운 냇물을 닮아서일까

아니면, 월류봉을 흐르는 안개 구름을 닮아서일까

어쩌면,
흙 한 줌 없는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운 수달래의 생명력에 하늘이 감탄한 때문일까

안개 자욱했던 아침
월류봉 안개를 뚫고 해가 떠오르니
초강천을 벗 삼아 놀던 수달래가 기지개를 켠다

안개에 갇혀
잔뜩 움츠렸던 꽃잎을 열고
따듯한 희망을 품은 아름다운 아침을 연다

그 누구도 범접할 없는
월류봉 수달래의 아름다움에
먼길 찾아 온 사진가의 가슴엔 봄이 가득 담긴다

월류봉 수달래

월류봉은
나에겐 궁합이 잘 맞는 곳이다.
늘 그렇진 않겠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월류봉은 올 때마다 괜찮은 그림을 보여 준다.

초강천이
월류봉을 감싸고 돌아
안개가 잘 끼는 곳이어서 자주 찾아 온다.

수달래 시즌이 되었지만
2년 전에 안개 속에 수달래를 제대로 담은게 있어
월류봉 수달래는 졸업했다치고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근데,
기상청 예보를 보니
갈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지만 유독 월류봉만은 괜찮아 보인다.

고민이 된다.
'월류봉 수달래, 괜찮은 사진이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의 예보라면 달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결정을 했다.
'가자! 까짓거 세 시간만 가면 되는데 뭘 망설이냐?'
'졸업을 했다지만, 안개만 있다면 더 좋은 그림을 만들지 누가 아는가?'

3시에 출발해
쉬지 않고 밤길을 달려 5시 40분쯤 도착,
예상대로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데 안개가 조금 보인다.

근데,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없다.
'아니, 수달래 시즌인데 이렇게 관심들이 없나?'

아무도 없으니 어쩐지 머쓱해 진다.
내가 병신이거나 아니면 귀신 같은 놈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 기상 예측엔 귀신이나 다름 없는데 아무도 없다는 건 내가 병신이라는 얘기겠지.

다행히,
십여 분 뒤에 한 분이 온다.
그리고 또 이십여분 뒤에 또 한분 더 오고(근데, 이 분은 안개가 계속되니 그냥 가버렸다)

안개가 너무 심해
월류봉이 안보이고 겨우 월류정만 보이는데
안개가 사라지길 기다리는 동안 수달래부터 살펴 본다.

여기 월류봉 수달래는 몇 개 안된다.
월류봉이 바위산이듯 이 주변이 모두 바위라
흙 한 줌 없는 바위 틈을 비집고 수달래가 살아가기에 개체수가 극히 소량이다.

그야말로
지금 눈감고도 몇 그루인지 정확히 헤아릴 수 있을만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꼭 그 자리에, 있을 곳에만 몇 그루 있어 수달래가 어디있나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2년전에 찍은 수달래와 비교하면
딱 요 그림이 차이라면 차이이고 좀 나은 그림 아닐까?
월류봉 봉우리가 보일락말락하는 안개 사이로 수달래가 피어 있어 괜찮아 보인다.

안개 낀 월류봉

월류봉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5시 40분,
아직 좀 어둡긴 하지만 안개 사이로 월류봉 정상이 보인다.
이러다 안개가 더 짙어질지 모르니 요거라도 빨리 담아 본다.

아니,
근데 이게 왠일인가,
곳곳에 공사한 흔적이 보이는데 엉망이다.

대대적으로 보수한다고
새롭게 축대도 쌓고, 그 부유물은 냇가 한복판에 그냥 버려두고...
하여간 자연 보전과 개발, 어느게 맞는진 모르지만 여기저기 공사로 자연적인 맛이 사라져 버리는게 아쉽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십여분 지나니 월류봉이 안보인다.
점점 더 짙어지는 안개는 그렇게 나를 두 시간 동안이나 꽁꽁 묶어 두었다.

정확히 7시 53분,
하늘이 밝아지면서 봉우리가 보인다.
안개 속에서 수달래 찍다가 서둘러 전망데크로 와 몇 컷 담는다.

날이 추우면
저 안개띠가 선명해지면서
월류봉 특유의 허리띠 구름이 생길텐데...

기온이 높아
얇은 옷도 벗어 던질 정도라
더 이상의 좋은 그림은 기대하기는 어려울거 같다.

판단을 잘해야 한다.
공사로 인해 이상하게 변한 요런 풍경보다는
그나마 월류봉이 보일락말락하는 배경을 넣고 수달래를 찍는게 더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수달래를 향해 달려갔지만,
겨우 몇 분 남짓한 사이에 안개가 다 사라져버리고 만다.
'오호, 통재라!' 안개가 사람을 두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더니, 안개가 없어지는덴 단 몇 분 사이라고...

2019. 4. 22. 수달래를 찾아 월류봉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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