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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사진/풍경 사진 - 서울 경기

(경기 이천) 성호지의 개개비 연가

by 자연 사랑 2023. 7. 7.

 

 

 

 

 

 

개개비 연가(戀歌)

 

 

 

 

누구를 위한 노래인가?

 

 

 

 

개개비의 구애

 

 

 

 

목 놓아 부르건만

 

 

 

 

내 님은 어디에

 

 

 

 

요기에 있나 아니면 조기에 있나?

 

 

 

 

끝없이 불러도 대답 없는 님이여!

 

 

 

 

그래도 어디엔가 내님은 있을텐데

 

 

 

 

아웅! 빨리 나오랑께!

 

 

 

 

신경질 나면 그냥 가버린다

 

 


 

 

 

개개비를 찾아서


 

 

 


 

개개비는 여름 철새이고,

너무 작기도 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아

개체수는 많은데도 아는 이들이 별로 많지가 않다.


 


 

요 녀석들은 갈대 숲 등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 때문에 노출이 별로 없다.

그러니 나 역시 이 나이되도록 개개비란 이름조차 모르다가 작년에야 사진 때문에 개개비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철저히 비밀스럽던 녀석이

갈대 숲이나 연밭에 가면 요란하게 울어 재끼는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짝짓기 철에 숫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목청 높혀 소리지르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개비를 사진에 담으며

이 노래소리를 개개비의 연가라 이름 붙여 주었다.


 


 

개개비를 사진에 담는다는건 결코 쉽지 않다.

참새보다도 더 작은 녀석인데다 사람을 피해 보통 30-50 m는 떨어져 있으니

맨눈으로는 아주 작은 형체만 보일뿐이고, 500mm 이상의 초망원 렌즈가 아니면 촬영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더구나

여기저기 연꽃이 만발하고 연잎이 무성한 연밭에서 개개비를 찾는다는 건 더 어렵다.

그것도 뒤꽁무니나 옆 모습은 필요없고 빨간 입속이 드러나도록 목청껏 울부짖는 모습을 담아야 하니 기회가 많지 않다.


 


 

'누군가 저기 올라왔다' 고 소리쳐도

한참을 두리번 거리고 나서야 녀석을 찾을 수 있다.

그나마 한번 연꽃이나 연잎에 올라오면 몇 분 정도는 있어주어 나같이 둔한 사람에게도 촬영할 기회는 준다.


 


 

개개비 촬영은

창원 주남지와 이천 성호지가 유명한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성호지에도 개개비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말을 이용해

토요일, 나름 일찍 간다고 6시에 출발해 7시쯤에 도착했는데 벌써 연밭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역시나 전문 새사진 꾼들(나는 아니고)은 이런 기회를 지나칠리 없으니 경안천에서 만났던 아는 분들도 몇 분 만났는데 너무 늦게 왔다 한다.


 


 

새볔 5시쯤에 도착해서

해가 막 뜰 무렵에 녀석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단다.

제길, 일곱시부터 아홉시까지 두 시간을 땡빛에서 기다렸는데 개개비 꽁지만 달랑 두번 봤다.

 

 


 

토요일엔

기다려도 될일이 아닌듯 하여

깨끗이 포기하고 볼일이 있어 9시쯤 짐을 싸서 올라 왔다.


 


 

다시 일요일 새볔에 일어나 4시에 출발한다.

새볔이라 다행히 차가 안막히니 5시쯤에 도착했는데 내가 1등이다.

아무도 없는 연밭을 둘러보다 화각을 생각해 좀 높은 곳, 해가 뜨면 역광이 될 곳에 삼각대를 편다.


 


 

좀 있으니 몇 분씩 나타난다.

내가 자리한 곳이 좋은 곳인 줄 알고 모두 내 쪽으로 모여든다.

이러면 안되는데, 되도록이면 조용해야 녀석들이 연잎 밑에서 위로 올라와 줄텐데...


 


 

근데,

이 자리가 좋기는 했다.

많이는 아니라도 두 시간여에 대여섯 번이나 개개비가 나타나 연출을 해준다(그것도 빨간 입속이 보이도록 입을 쩍쩍 벌리면서...)


 


 

어제는 고작 두번,

고것도 궁뎅이만 보여 주더니

이번엔 앞테 뒷테 옆테 가리지 않고 별짓을 다한다.


 


 

귀여운 녀석들,

아침 빛을 받아 노랗게 변한 연잎이며,

땡글땡글한 녀석들의 눈매며 LCD 창으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진다.


 


 

'일찍 일어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부지런 떤 덕분에 채 여덟시가 안되었는데도 할만큼 다 했다.

덥기도 하고 더 이상 무의미 하다는 생각에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아는 분들이 몇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 곳에서도 개개비가 올라왔기에

두 마리 노는 걸 담아 보는데 아침만 못하다.


 


 

역시 사진은 빛 그림이라서인가

대상은 동일한데도 빛이 다르니 느낌이 다르다.

모든 풍경 사진에서 골든 타임이 해 뜨기 전후, 해 지기 전후 한시간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하루였다.


 

 


 

2016. 6. 26. 성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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