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연화(雨中 蓮花)
하늘 향해 더 높이!
빗물로 화장한 이쁜 연(蓮)
쪼로로록 연꽃잎을 타고 내리는 빗물
심청이가 나올 것같은 연(蓮)
나도 비에 젖고 저 연(蓮)도 비에 젖고
능소화
비 내리는 관곡지
예보대로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제법 소리도 요란하게 비 다운 비가 온다.
며칠전부터
비가 오면 우중연화를 담으러 가야겠다고 벼르던 차
평소같으면 비 소식에 불평할텐데 오히려 기대를 갖고 관곡지로 향한다.
오메나!
관곡지에 도착하니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도로 옆 양쪽으로 차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아니,
나만 우중연화를 기다린 건 아니구먼!
허기사, 연꽃이 가장 이쁠 때가 바로 빗물로 화장한 때라는 걸 저들인들 왜 모르겠는가?
어쨌거나
장화까지 챙겨 신고
내리는 비는 상관 않고 우중 연화를 담기 시작한다.
고 연들 정말 이쁘다.
꽃잎마다 송글송글 맺힌 빗방울이
그렇잖아도 이쁜 연들을 더 이쁘게 만들어 준다.
그려!
게으른 놈에게 이런 기회가 자주 있겠는가?
모처럼 큰 맘 먹고 왔으니 바지 가랭이가 다 젖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연밭을 누벼보자.
좋은 그림이 문제가 아니다.
남들은 거의 다 끼리끼리지만, 동행 없이 혼자 호젓이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잡담 나눌 사람도 없으니 오로지 우중연화에만 집중하면서 남들 안가는 연밭 깊숙한 곳까지 그저 이쁜 연들을 찾아 헤메고 다닌다.
멀리 간다고
더 이쁜 연들이 있는건 아니지만
사진사들과 산책 나온사람들이 뒤엉켜 북적거리는 곳보다야 호젓한 곳이 좋다.
그렇다고
고독을 즐기는 나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 혼자 걷는 요 맛도 괜찮네그려!
그렇게
이쁜 연을 찾아 한 세시간여를 돌아다니다 보니 허기가 진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다되어서 일단 오늘은 이정도로 마무리 하고 허기진 배부터 채운다.
이 사람들 보소!
이거야 말로 인산인해(?) 아닌감?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많기는 많다.
나같이 혼자 노는 사람 또 있다.
사람들을 피해 사람 뜸한 구석을 찾아가는 진사.
멀기는 하지만 내 자리가 탐나는지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돌아서 요쪽으로 온다.
비 내리는 관곡지엔
사진사들만 있는게 아니다.
이렇게 산책 나와서 스마트폰으로 연꽃을 담는 사람들도 꽤 많다.
연밭에서 왠 능소화?
난 늘 관곡지에 가면 능소화를 담는다.
능소화도 요렇게 하늘을 쳐다보고 잘만 담으면 매화도 비슷하게 수묵화처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흔하디 흔한게 능소화라지만
여기 관곡지 능소화는 하늘 높이 매달려 있어선가 그림이 괜찮다.
빗 속을 헤멘 오늘 하루!
점잖은 분들이야 비 내리는 날 이 짓을 한다고 청승떤다 하겠지만,
그래도 비 좀 맞은 덕에 이쁜 연들 많이 봤으니... 이 정도면 오늘은 좋은 시간 아니었겠는가?
2016. 7. 16. 비 내리는 관곡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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