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데기 일출
안반데기에 빛이 내리면
장마 내내 내리던 빗물을 머금은 안반데기 배추밭은
풍년의 기운을 듬뿍 담은 축복의 땅으로 변한다
누가 안반데기를 황무지라 하였는가
경사가 심해 기계가 아닌 소와 쟁기로 일군 밭
농민들의 피와 땀이 모여 황무지가 옥토로 변한 안반데기에
멍에의 이야기는 이제 이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멍에 전망대는 인간 승리의 상징이 되었으니
이곳이 바로
인간이 스스로 신이되어 축복을 만들어낸
두고두고 인간 승리의 이야기가 전해질 전설의 안반데기가 아니겠는가
안반데기 일출
친환경 고냉지 농산물의 보고인 축복의 땅
고난의 상징인 멍에 전망대는 이젠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또 하나의 친환경 발전의 상징인 풍력발전기가 볼거리를 더한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길었던 긴 장마가 끝나고
모처럼 쨍하고 해가 뜬다니 맘이 들뜬다.
작년 요맘때쯤의
안반데기 일출 대박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때도 딱 요맘때인데
마침 장마가 끝난 싯점이라 기대가 되는데...
다만, 토요일 아침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일거란 걱정이 되긴한다.
그래도
안반데기는 다른 곳과는 달리
일출 포인트가 워낙 길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호기롭게 길을 나선다.
계획은 일출만 보기는 그렇고
청옥산 육백마지기에 들려 은하수 촬영을 하고,
안반데기로 와서 은하수를 담고 기다렸다가 일출을 담는다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청옥산부터 여지 없이 무산되고 말았으니...
저녁 5시에 출발하여 4시간이나 걸려 9시에 도착한 청옥산은 그 넓은 육백마지기에 차댈곳이 없다.
주말과 8월초가 겹친 피서철 인파로
캠핑장은 물론 차를 댈수 있는곳이라면 그 어디에도 이미 빈자리는 없고
단 한순간의 주차도 불가능하여 겨우겨우 차를 돌려 나오는데도 조수(?)가 손짓발짓으로 생쑈를 해야했으니...
청옥산에서 산정상까지 갔다가 생쑈만하고 되돌아 나오면서
호기있게 안반데기는 그렇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안반데기에 오니
아니 이거 왠일이랴, 여기도 마찬가지로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난다.
일출포인트로 올라가는 길은 막혀있고,
은하수나 담아보겠다고 멍에 전망대 쪽으로 가보지만
그 일대는 겨우 차한대만 지나갈 정도로 길을 내놓고는 그 어디에도 주차할 곳이 없다.
썩을...
저절로 욕이 나올라 한다.
아니 모처럼 나왔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별보기 좋은 멍에 전망대 부근은 아예 포기하고
북쪽으로 더 들어가 고루포기산 쪽으로 멀리 들어 간다.
근데 여기도 벌써 차가 대여섯대 주차되어 있고 은하수를 담는다고 분주하다.
이 고생이면 은하수라도 담았으면 좋으련만
아니 맑다는 예보와는 달리 하늘엔 구름이 많아 은하수조차 틀렸다.
괜히 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지대가 높아서인가(해발 천미터는 넘을듯) 모기도 없고 시원하다
이해가 된다.
지금 전국이 열대야일텐데,
주말에 시원한 곳을 찾아 온 사람들이 이리 많은 건 당연한거 아닌가?
오히려 할일 없이 노는 백수주제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주말에 왜 기어나와 그들을 힘들게 하는가,
정말 죄지은 놈은 백수인 나인데도 뻔뻔스럽게 '집에서 에어콘 키고 맥주나 마시면서 쉬지 뭐하러 나왔냐'고 투정했으니...
새벽 한 시쯤이면 사람들 많이 갔겠지 하고 일출포인트로 가는데
아니 새벽 한 시인데도 사람들이 줄어 들질 않았고 계속 더 오고있으니 이게 뭔 일인가.
통제된 길을 어렵사리 통과해서 일출전망대쪽으로 이동하긴 했는데 이미 차가 만차라 주차할 곳이 없다
청옥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일행이 손전등으로 불을 밝혀서 풀숲까지 헤쳐가며 길을 만들어 겨우 주차를 했다.
시계를 보니 한시반, 해가 뜰려면 네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거 또한 보통 일은 아니다.
밖은 시원한데 차에 들어가면 덥고,
밖에 돗자리 깔고 가져 온 간식거리를 먹어보지만 시간은 안가고
이렇게 들락날락,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깜깜한 밤에 별짓거릴 다하다 보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근데
안개는 있으되,
많은 사람들이 모인만큼의 가치는 없다.
전국에서 모여들었을 저 많은 사람들,
이 사람들은 요런 그림을 찾아 오지는 않았을텐데...
장마 끝에 저 먼산까지 그야말로 구름바다가 된 운해를 보고싶어 왔을텐데 그저 흉내만 낸 운해같지 않은 운해라니...
참으로 대단한 인파다.
그야말로 오늘 아침은 대박 중의 대박이다.
다만, 그림이 대박인게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사람 대박'이다.
2019. 8. 3. 안반데기에서
'나의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원대리 자작나무 숲 (0) | 2022.08.06 |
---|---|
성주 성밖 숲과 안동 배롱꽃을 찾아서 (0) | 2022.08.06 |
함백산 은하수 (0) | 2022.08.06 |
안면도 삼봉 해변에서 보물을 찾다 (0) | 2022.08.06 |
공현진 옵바위와 방태산 폭포 (0) | 2022.08.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