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이끼계곡의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한 여름 뙤약볕에서도 강원의 심산유곡을 흐르는
뼈속까지 시린 계류에 발을 담그는 상상만으로도 땀이 식을텐데...
아니
그 잘생긴 이끼계곡의 그림에 몰입하다보면
원시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신선이 된 듯 새소리 물소리까지 가슴을 저리게할텐데...
아직은
가물고 수량이 부족해서인가
좋은 이끼 그림을 만들기엔 때가 아닌가보다.
밤 12시에 집을 나서 새볔 4시쯤 함백산 정상에 선다.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질듯 맑디맑았던 하늘이었는데...
해가 뜰 무렵이 되니 세찬 바람과 함께 짙은 안개가 온산을 덮어 앞이 안보인다.
한 시간여를 더 기다리다
아무래도 안개가 겉히지 않을 것 같아 함백산 일출은 포기하고 만항재로 내려 온다.
혹시 '천상의 화원'이라는 명칭답게 뭔가 볼거리가 있을까 했는데 이내 곧 그런 기대도 사라져버린다.
함백산에서 실망한 많은 진사들이
만항재에서 요거(범꼬리풀이라던가)를 열심히 담고있다.
그림이 별로라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먼길 온게 아까워 내도 그들 속에 끼어 범꼬리를 잡아본다.
조금 위 만항재 정상은 아직도 안개가 걷히질 않는다.
저 진사들 역시 함백산이 목적이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저러고들 있다.
무엇을 저리 열심히 담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포기하고 상동이끼 계곡으로 간다.
우와!
이끼계곡 주차장에 도착하니
대형 버스가 세대요, 승용차도 수십대다.
아니, 좋은 그림은 고사하고
이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 쏟아져 들어갔으면 이끼 다 밟혀 죽지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네 금수강산, 산수(山水)는 아름답다 하나 좋은 풍광이 한정된 좁은 땅덩어리에 진사들이 넘치다보니 유명세가 있는곳은 이렇듯 훼손이 불보듯 뻔하다.
초입부터
사람들이 빠글빠글하다.
아예 진사들이 몰려있는 그럴듯한 그림은 포기하고 사람 없는 최상류로 올라간다.
최상류도 이끼 상태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 이끼가 밟혀 죽은 것도 많지만,
올해는 가물어서 이끼 자체가 많이 생성되질 못해서 이끼가 풍성하지 못하다.
그래도 그냥 갈순 없잖은가?
어쨌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쪼그리고 기고...) 생쇼를 했지만, 집에와서 열어보니 결과물은 수준 이하이다.
그 와중에 다행이라면
전에 함백산에서 몇 번 뵌 태백 사시는 현지분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쉽게 찾기 어려운 비경(위 그림)을 안내 받았다.
수량이 부족해서 그림이 안되지 큰비 한번 내린 후에 찾아 가면 괜찮을듯 싶다.
남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그야말로 비경(秘景)을 알게된게 좋은 그림 얻은 것만큼 흡족하다.
새로운 포인트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노고도 놀랍지만, 내 사진의 연륜이 미천한데도 이런 분들을 하나 둘 알아간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돌아 오는 길에
한반도 지형을 들려 본다.
파란 하늘에 구름까지 더해져 간만에 좋은 하늘을 본다.
애초에 목적은 오늘이 아버님 제사로 원주에 가야되니,
시간을 잘 활용하여 새벽과 오전엔 함백산과 상동 이끼계곡을 보고,
오는 길에 제천에 있는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고 밤에는 원주에 가서 제사 지내는 거였다.
계획대로 모두 다 끝내고 집에 오니 새볔 01시,
어머님, 형제들과 시간 보내는게 우선이라 부모님껜 불효하고 동생들한테도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정대로 모든 일을 마무리 하고 여분으로 산과 계곡도 볼 수 있어서, 25 시간의 빡센 여정이 헛되지는 않았다.
2014. 6. 28. 함백산과 상동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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