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분간의 빛이 모이다
흑백(黑白)의 세계
누구나 뭔가 새로 시작하면
호기심 때문에라도 열정적이게 마련,
장노출을 새로 시작하면서 갯골을 찾아 뻔질나게 바다로 나간다.
근데,
가기전에 물 때도 보고, 다른 이들의 사진도 보고...
나름 완벽한 계획을 세웠음에도 가서는 꼭 한가지씩 실수를 해서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한 번 실수는 곧 소득 없는 하루를 뜻한다.
어디엔들 갯골을 찾아서 사진을 찍자면 적당한 물때는 딱 한 컷 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물때가 한 컷 더 허락한다해도 최적의 조건에서는 벗어난 그림이 되기에 그 한 컷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근데 이 놈의 덜떨어진 인간은
벌써, 장노출 시작한 후 꽤 여러번째인데 아직도 이리 헤매고 있으니
처음엔 '잘해내고 말리라'는 오기가 생기다가 쉽지 않음을 깨닫고는 슬슬 '장노출은 내 취향이 아니다'라는 자기합리화가 시작되었다.
맞는지도 모른다.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먼길 달려가서.
달랑 한두컷 담아 오는데 그나마도 시원 찮으니 어찌 성에 차겠는가?
허허!
이제 딱 일곱번 다녀왔는데
벌써 포기 한다면 자존심 팍 상할테고...
그래,
심기일전해서 7전팔기(七顚八起)해 보자.
그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나 못 오를 나무는 아니니, 예서 말 수는 없지 않은가?
(54분)
황산도
(38분)
선감도
(22분)
아산만
이 겨울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의욕을 갖고 갯골을 찾아다녔다.
가까운 수도권이긴 하지만 나서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리는데도 결과물에는 늘 허탈할 뿐이었다.
들물이던 날물이던 주어진 기회는 한번,
억지로 기회를 만들어도 하나 더하여 두번의 기회뿐인데...
그 기회마져 헛되이 날리기 일쑤이니 자신의 무능에 허탈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더구나 덜렁대다가 카메라까지 떨어트려
새로 산 십여만원씩이나 하는 nd필터를 세개나 깨트리고
카메라와 렌즈까지 병원에 가야할 지경에 이르니 짜증이 울화가되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근데, 이런 과정 없이 어찌 장노출의 새로움에 취할 수 있겠는가.
한 컷의 사진을 위해 장소도 물색하고 물 때도 알아보고, 몇시간씩 먼길 달려가고...
그리곤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셔터를 누른 후 삼십분이든 한 시간이든 긴 시간 기다림속에 인생을 배우고(개똥철학?)...
겨울 내내
아름다운 우리 산하(山河)를 찾던 걸음을 쉬고
질퍽한 갯골에서 시간의 흐름을 찾겠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아직도 답을 모른체 오리무중...
겨울도 다 가는데
꽃피는 봄이 오면 발걸음은 다시 갯골이 아닌 산하를 찾아가려나...
아무리 애써도 시간의 철학이 담긴 사진은 내겐 무리인듯하니, 봄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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