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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이야기

횡성 숨은 폭포를 찾아서

by 자연 사랑 2022. 8. 5.

 

 

(봉명 폭포)

 

 

일기 예보대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빗속을 달린다.

무엇이 그리 간절하였기에 나를 이토록 겁도 없이 무모하게 만들었는가?

 

 

 

 

비가 많이 와야지만 폭포가 되는

깊은 산 중에 꼭꼭 숨어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폭포

폭포를 품고 있는 그 산 이름마져  생소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니 과연 이 폭포를 누가 알겠는가?

 

 

 

 

칼같이 날카로운 너덜길에 인적이 드물어 부러져 드러누운 나무 등걸도 타 넘고 헤치며 가야 하는 곳,

어쨌거나 많이 훼손됐지만 등로는 있어 한 시간 정도 오르면 폭포를 볼 수 있는데

비가 너무 오면 계곡의 징검다리가 넘쳐 갈 수 없는 곳이고

비가 안 오면 가도 폭포다운 모습을 볼 수 없는 곳이니

이 지역 등산객 말고 누가 거길 찾아가겠는가?

 

 

 

 

 

운 좋게 산 입구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계류를 건너는 징검다리는 등산화가 좀 젖으면 될만큼 찰랑말랑하지만 미끌어 지면 대형사고니 조심 또 조심한다.

이 곳에 세번 째 오지만 이번이 수량은 제일 좋다(처음엔 물이 많아 못 올라가고 두번짼 올라가긴 수월했지만 수량이 좀 부족했고...)

 

 

 

 

근데 이게 웬일인가?

여기가 원래 이끼 폭포인데 이끼는 오간데 없으니...

아, 어느 놈이 이 먼데까지 와서 이끼를 다 훔쳐갔단 말인가?

 

 

 

 

못 된 놈,

곰곰히 생각하니 그 놈은 바로 유난스럽던 가뭄이란  놈이었다.

자연은 거짓이 없는 법, 올봄부터 가물어 저수지가 바닥난 곳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올해는 장전계곡이라거나 상동이끼계곡이라거나

전국의 내노라하는 이끼계곡들조차 이끼가 말라 그림이 안되니

귀신 같은 사진가들이 미리 알고 찾아가는 사람이 없는데 여긴들 온전했겠는가?

 

 

 

 

 

허기사 누구를 탓하겠는가?

어머님의 병환 중에 잠깐 짬을 내 달려 온 내게 하늘이 벌을 준거든가,

아니면 그토록 오래 가물었으니 당연히 이끼가 죽었으리라 예상했어야 하거늘 자연에 대한 상식이 부족했던 자신을 탓해야지...

 

 

 

 

그래도 시원은 하다

예까지 오르내리느라 땀 좀 흘렸지만

시원한 물줄기와 굴곡진 폭포수 앞에 서니 좋다.

 

 

 

 

사람 흔적이 없어 좋고

이끼가 없다지만 나름 매력적이어서 좋고

연중 이런 풍경을 보여 주는 날이 며칠 안될텐데 딱 맞춰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 주니 더 좋다.

 

 

 

 

다만,

몸져 누우신 어머님 곁에 주말이라 형제들이 많이 내려와 있으니

오빤 쉬라는 말만 믿고 이렇게 뻘짓하고 다닌다는게 동생들에게 미안하고 어머님께 죄송할 뿐이다.

 

 

 

 

 

2017. 7. 8  비를 찾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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