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사진을 막 시작하면서
꼴에 좋은 사진 좀 담아보려고 마눌을 꼬득여 장가계로 날라 갔다.
장가계의 신비로운 풍경, 내는 고기에 가기만하면 좋은 사진이 저절로 담아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는 풍경 감상에는 관심 없고 사진만 열심히 찍어대는데,
마눌이 심심할까봐 사진엔 관심이 없는 마눌에게 전에 쓰던 디카를 주면서 꼬득였다.
"누가 누가 멋있는 작품을 담는가 내기 하자..."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눌이 열심히 사진가 흉내를 낸다.
남들이 보면
겉보기는 정말 딱 사진가 부부다.
함께 했던 일행들이 우리 또래 노부부들인데...
부부가 취미가 같으니 얼마나 좋겠냐며 부러워 한다.
이 사람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근데, 울 마눌 한술 더 떠 늙은 여자들에게 바람까지 넣는다.
"늙어서 요래 함께 사진이나 찍으며 여행하는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얻는덴 최고란께요..."
정말 전문가라도 한사람 있었으면 큰일 날뻔 했다.
아니 사진이라도 한 번 보여달라 했으면 당장 뽀록 날뻔 했다.
기왕에 사기꾼이 된 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진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천길 낭떠러지도 사이비 사진가에겐 무서울 수가 없다.
그럴듯한 작품이야 차후 일이고 당장은 남과 다른 열정을 보여야 하니까...
그러다보니 사이비일지언정
부부가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건
서로가 상대의 자연스런 모습을 담을 수 있어 좋기는 했다.
울 마눌 지금도 사진을 찍느냐고?
지금도 사진을 찍으러 댕기면 사이비가 아니지.
내 사진 찍으러 나갈 때 어쩌다 따라나서기는 하지만
그건 그저 좋은 풍광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지, 사진과는 담 쌓은지 오래다.
2011. 12. 15. 옛 사진 올 여름 '장가계 여행'을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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