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다
꿈을 꾸는 밤
그 꿈속에선 반딧불이가 그림을 그린다
풀숲에 숨어 있는 반딧불이
반딧불이로 인해 몇 십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추억에 잠긴다
고향의 숲에선 반딧불이(개똥벌레)를 잡아 동생에게 건네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한 마리 한 마리가 보물이니 그저 눈으로만
반딧불이의 유영(流泳)
꼬물락꼬물락 조거 올챙이 아닌가?
깊은 밤 반딧불이의 향연에 보는 이 모두 숨죽이고 있다
우와, 정말 많다!
반딧불이가 가는 곳은...
물가가 좋아서 저리 갔을까, 사람을 피해서 좀 더 먼곳으로 갔을까?
왕따 반딧불이의 나 홀로 산책?
토담집과 반딧불이
어린 시절 뒷뜰의 장독대엔 반딧불이가 꽤 많았었지...
첫째 날, 400mm 망원으로 담다
아니,
갑자기 반딧불이를 찍는다고...
이젠 하다하다 별짓 다하네 그려!
사실은
몇년전부터 반딧불이를 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작년만해도 물어 물어 모 처에 반딧불이를 담고 싶다고 부탁했는데 정중히 거절 당했었다.
그러던 차에
저 아랬녁에 반딧불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 온다.
반딧불이야 한 밤에 나타날 테니 부랴부랴 짐을 챙겨 오후 세시쯤 집을 나선다.
처음 담아 보는 반딧불이 이기에
가기전에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방법을 물어 보는데
원래는 50mm 로 담아야 하지만 그곳은 관리 차원에서 숲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초망원이라야 한단다.
그래서 겁도 없이 400mm를 갖고 갔더니
이거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밤에 헨드폰 조차 못켜게 하는 상황에서
400mm 렌즈로 초점을 맞춘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거기다 크기와 무게때문에 주체하기도 힘든데...
오죽하면 대포라 하겠는가,
더구나 이렇게 대포로 중무장 한 사람이 나뿐이네...
그렇게 바보처럼 쓸데 없는 대포로 중무장하고 숲을 노려보면서 새벽 한시까지 버텨보지만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초망원을 소개한 사람이야
올해만도 여기를 대여섯번 이상 다녀간 베테랑이니 그나마 망원이 그림이 낫다는 좋은 뜻에서 안내해 주었겠지만
'누울 곳을 보고 다리를 뻗으라 했다.'고, 내 능력은 아랑곳 않고 덜컥 대포를 가져오라니... 해도해도 안되니 포기하고 한 시에 짐을 싸서 올라 온다.
둘째 날, 50mm 로 담다
아무래도 억울했다.
남들 다 표준으로 잘들 담던데,
50mm 1.4. 좋은 렌즈를 갖고 있으면서도 뻘짓을 하다니...
그날
도착하니 새벽 세시반이라 너무 피곤해서
하루 쉬었다가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 오후 4시쯤 출발을 한다.
이번엔
내 수준에 맞게 망원을 포기하고
50mm 단렌즈 하나만 쓰기로 하고 작심하며 간다.
일단
근처에서 저녁 식사부터 하고 7시 반쯤 도착하니
벌써 이삼십명 남짓 미리 도착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모든 촬영이 그러하듯이
반딧불이 촬영 역시 초점이 맞아야 하는데
미리 일정한 자리에서 셋팅을 하고 초점까지 맞춰 놓으면 자리를 변경해선 안된다.
깜깜한 표적을 보고
촛점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리 온 사람들이 삼각대에 셋팅해 놓고 의자까지 가져와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나도 역시 한 자리 차지하고
초점까지 맞춘 후 어두워지기만 기다린다.
반딧불이, 요 녀석은 9시는 넘어야 활동하니 나 역시 의자까지 준비해서 여유를 부려 본다.
그렇게
한동안은 한자리에서 녀석들이 화각안에 나타나면 열심히 담는다.
근데 자리를 잘못 잡았는지 아무래도 요 녀석들이 내 앞이 아닌 위쪽 아래쪽에서 많이 놀고 있다.
사실은 남의 떡이 커 보일 뿐,
거기나 여기나 도찐개찐인데 고걸 못 참고 일어선다.
그리곤 촛점이 맞던 안맞던 여기저기 다니면서 새로운 화각을 만들어 본다.
초점만 맞아 준다면야
당연히 한 장면만 찍어내는 것보다야 배경을 달리 하는게 좋은 방법인데...
결국 그렇게 두번째 날의 도전도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반딧불이 활동도 멈추고 남들 다들 떠나니 나도 짐을 싸는데 어느덧 새벽 두시가 되었다.
셋째 날, 또 다른 곳을 찾아서
새벽 두시에 금산을 출발해
임실 국사봉에 도착하니 새벽 4시다.
그렇게 새벽 4시에 국사봉을 올랐는데 국사봉 일출은 그야말로 꽝이다.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 왔는데 10시쯤 되었다.
근데, 작년에 점잖게 거절 당했던 그곳에 와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초대 받은거고
나야 운전기사로서 따라가는 조건이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라 가기로 한다.
사실 무리하긴 했다.
중간에 하루를 쉬었다 하지만
연 삼일을 밤 샌다는건 쉬운 일은 아니다.
가까운 줄 알았더니
산길이라 그런지 꽤 먼길이다.
5시에 만나 현장에 도착하니 7시가 좀 넘었다.
지역이 그러해서 특수한 사정이라
특별한 사람들만 허락하다보니 극소수한테만 방문이 허락되는데
세 명만 받아야하는데 초대 받은 두팀이 한명씩 더 보태 여섯이되니 너무 많다고 싫어 한다.
생각 같아선 자존심 상해 차를 돌려 나오고 싶었다.
혼자간게 아니라 운전기사로 갔으니 어쩔 수 없이 참고 삼각대를 편다.
남들은 나름 좋은 곳에 자리 잡는데 제일 구석진 곳에 좀 떨어져서 멀리서 담아 본다.
우하하하! 그러면 그렇지...
초장부터 기분 영 안좋더니 배경은 그럴듯한데 정작 반딧불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에고에고, 9시부터 한시까지 네 시간 동안 내 눈으로 확인한 반딧불이가 과연 몇 마리나 되었던가?
2018. 6. 1 - 6. 4. 금산에서 양평까지
'나의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산부터 신원사까지 (0) | 2022.08.06 |
---|---|
내변산과 채석강을 가다 (0) | 2022.08.06 |
은하수 사진 너무 힘들다 (0) | 2022.08.06 |
옥정호와 모래재 (0) | 2022.08.06 |
남해 매생이 양식장 이야기 (0) | 2022.08.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