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의 기적
- 어쩌다 바위 틈새에서 저리도 이쁜 꽃이 피었을까?
빨간 꽃,
요게 진짜라 카던가?
요즘엔
'인생 칠십'부터라 해선가,
할미가 이리 이쁘고 허리가 꼿꼿할 수가?
봄이 되었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더구나 몸이 쾌차하지 않으니 먼길은 망설여지고...
근데,
한때 전국을 누비던 옛 전우들이 동강을 간단다.
혼자라도 동강을 가보고는 싶었는데 운전의 부담이 없으니 얼른 동참한다.
모처럼
옛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다.
오고가는 예닐곱 시간 내내 즐거운 담화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선 운치리
새벽 5시에 출발한 터라
9시쯤 된 동강은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2년전
강건너 문희 마을 할미를 만났었는데
운치리가 문희마을 보다는 좀더 자연스럽고 할미꽃 자생지도 훨씬 넓다.
자생지가 넓다는 건
그만큼 볼만한 꽃이 많다는 건데,
유명세 때문인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좋은 그림 앞에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강에 도착해서
세시간의 여유를 준다.
각자 알아서 담고 원위치 하란다.
거리가 꽤 되니
세시간이 그리 여유있는 시간은 아니다.
각자 그림을 찾아 부지런히 강변을 따라 절벽에 붙은 할미를 찾아다닌다.
절벽을 기어오르며
동강할미꽃을 담는다는 거
순간적인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발이라도 헛디디거나
바위에서 미끄러지면 대형사고다.
더구나 바위들이 날카로와 낙상 즉시 생명과 직결된다.
나이가 드니 겁이 많아졌다.
다리에 힘도 없는지 자꾸 넘어지는터라
꽃보다는 안전에 더 신경을 쓰면서 덜 위험한 곳을 위주로 촬영한다.
나름 꾀를 내어
갈 때는 접사 전용렌즈 백마로 절벽에 붙어서 찍고,
되돌아 올때는 망원(70-200)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담기로 한다.
아침이라
아직 꽃잎이 덜 벌어졌지만
미세먼지가 좀 있는데도 빛이 참 좋다.
그림이 되든 말든
되도록이면 아웃포커싱으로 담아 본다.
아무래도 앞뒤 배경을 좀 날려줘야 그림이 살듯하다.
대부분의 할미꽃들이 많이 피긴 했지만
모두 하늘을 향해 열려있으니 꽃술을 보려면 정면에서...
광각으로 절벽이나 강 풍경을 살리는게 좋긴 한데 그럴만한 꽃을 찾아보기 힘들다.
욕심을 버리자.
프로도 아닌 주제에 뭔 걸작(?)을...
좋은 곳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왔다는 것에 만족하자.
자연 속에
이런 분위기에
요렇게 들뜬 마음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세월은
목적지를 향해 가기만 하고
단 한발짝도 되돌아 가는 법이 없는 법...
순간 순간에 만족하면서
작은 만족의 순간들을 모아가면
고거이 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야생화를 담는다는 건 참 힘들다.
요리조리 마빡을 굴려가며 좀 더 좋은 그림을 만들어 보려 애는 써보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
허기사
연륜을 어찌 속일 수 있는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니 그저 남들 흉내나 낼뿐이지...
줄잡아
세시간 정도
할미꽃과 씨름을 하고나니 배가 고프다.
강가 절벽을 따라 나오는데
오메나! 저 사람들 어디서 왔는교?
버스를 대절해서 온 대부대 진사들이 들이닥친다.
아쉽다.
바람이 거세어져 사진 담기 어려운데
저 많은 사람들 모두 할미꽃을 어찌담으려나?
자고로
사람은 부지런 해야 하는 법
동강 할미를 뒤로하고 떠나는 우리 일행들 표정은 모두 만족스러워 보인다.
점심은
미리 예약을 해 두었던 토종닭 백숙으로
소주 한잔까지 곁들이니 속과 가슴이 확 풀린다.
사진은
혼자 가는 맛도 있지만
가끔은 요렇듯 어울리는것도 또한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한다.
2015. 3. 22. 동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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