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살일 났다고,
11시에 모텔에 기어들어와
자는 둥 마는 둥 3시반에 나선다.
마눌이 내게 미쳤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 그래, 니 말이 맞다. 나 정말 미친거 맞다. 그기도 완전히 미쳤다. '
4시에 산행을 시작하는데
저질 체력이라고 먼저 출발하랜다.
정녕 이 정도 체력은 아니었는데 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뱅뱅 돌고 다리가 풀려 주저 앉고 싶다.
사진도 좋고
출사 여행도 좋지만,
우선 체력부터 다져야한다는 걸 실감한다.
그럭저럭 기어 올라간 영취산,
일출을 본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출은 개뿔, 태양은 낯짝도 안보인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요구해 심술이 났는지, 아무래도 이번 출사 여행은 일출과는 연이 닿지 않는가 보다.
그나저나 처음 가 본 영취산,
진달래와 어우러진 풍광이 너무 좋아 조기 언제 가보나 했던 곳,
일출은 없었어도 머리 속에 그려지던 풍광들이 바로 눈 앞에 있으니 어찌 일출타령만 할텐가?
막상 산에 오르니 저질체력도 다시 살아나고, 기양 요거조거 막 찍어보지만 실력 탓에 그림은 제대로 그려지질 않는다.
왜 사람들은 S자 코스를 좋아 할까?
와온 해변에서도 S자 코스, 드림랜드에서도 S자 코스...
여기서도 굳이 S자코스라고 의무적으로(?) 담아야 한다는데,
마침 운 좋게도 등산하는 분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연출을 해 준다.
그 S자 코스의 끝자락 산길에
아침부터 영취산 산행 및 뽀인트를 안내해준 일행이 포즈를 취해 준다.
산을 내려 오니 남해로 다시 간단다.
어디든 기왕 먼길 왔으니 들리는 건 좋지만 서울 올라 갈길이 걱정이다.
꽉 막힌 고속도로가 눈에 보이니, 가까운 선암사나 둘러보고 일찍 출발하자고 꼬득였다.
선암사하면 우선 떠오르는게 승주교이다.
즉석에서 젊은 아가씨에게 모델 좀 하라고 부탁했다.
이 아가씨 다리 위로 올라가더니 폴짝폴짝 뛰며 제대로 놀아 준다.(땡큐, 써!)
선암사에 오니 하늘이 이리 좋을 수가.
젠장, 영취산에서 요로코롬 해가 쨍했으면,
내 무종교이지만,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온종일이라도 업어주었을텐데...
하늘이 좋으니
건물보다도 하늘에만 눈이 간다.
눈은 치켜뜨고 걷다보니
에구에구, 요사스럽게스리 요런거도 눈에 띈다.
연 이틀간의 출사 여행,
경상 남도를 거쳐 전라남도까지 무려 1100 km를 달렸고,
고작 두 세시간 자고 40 여시간 동안 카메라를 가슴에 안고 보냈던 강행군이었지만,
비록 그림은 수고에 비해 만족하지 못했을 지라도 이것 또한 앨범이 되고, 함께했던 인연 역시 추억이 되리니... 이게 사는 맛이 아닐런가?
2012. 4. 15 여수 영취산, 순천 선암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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