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야기 - 방태산 2단 폭포
지난 주 손주가 태어났다.
할애비가 됬다고 놀리는데도 가슴엔 행복감이 넘친다.
마눌이 갓태어난 손주를 위해 홍천에 있는 친구 스님에게 다녀오란다.
홍천 산골짝 조그만 암자에서 홀로 수행하며 지내는 친구 스님,
법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친구를 믿는 마음때문인가
종교하고는 거리가 먼 우리 가족인데도 유독 이 친구스님에 대한 믿음은 남다르다.
그래선가 우리 가족은 일년에 두세번 얼마 안되지만 시주돈을 챙겨 홍천을 다녀온다.
근디,
그 먼데까지 가서 달랑 친구스님 얼굴만 보고 오기엔 좀 억울한듯하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친구 스님 꼬득여서 방태산이나 한 번 둘러 볼 계획을 세웠다.
1년 내내 홍천의 작은 암자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스님인데
옛날 고승들도 전국 명산을 찾아 호연지기를 키웠느니라 꼬득이니 혼쾌히 수락한다.
그 유명한 방태산 2단 폭포
지난 주에 다녀 온 분들도 이미 늦었다고 했으니
단풍과 어우러진 2단폭포의 절경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다만, 그 유명하다는 폭포가 친구스님 암자서 가까이 있으니 아니가면 억울해서 ...
진짜 늦기는 늦었다.
유명한 곳인데도 사람들이 없다.
아마 비가 내리는 탓인지도 모르지만 달랑 세팀뿐이다.
한 분이 휘돌이를 담는데 열중하길레 내도 한번 시도를 해 봤는데 재밌다.
방태산을 내려 와서
진동 계곡과 미산 계곡을 둘러 봤다.
뭐 특별히 요기가 계곡이다 할 만한 곳은 없지만
그저 오고가는 길에서 보는 풍광이 아름답고 어디든 내려서면 정말 볼만하다.
운전 중에 추색이 너무 좋아 차를 세웠다.
근데 건너편 풍광은 가을보다는 겨울 풍광이다.
앙상한 나무가지가 이 가을에 한 겨울을 느끼게 하다니...
둘째 이야기 - 홍천 가령폭포
친구 스님이 기거하는 암자가 홍촌 내촌에 있다.
바로 그 내촌에 '홍천 9경' 중 5경인 가령폭포가 있다는데 한번도 안가봤단다.
폭포 들어가는 입구에 식당이 있어 손님 오면 막국수 먹으러 다녀오긴 했어도 폭포는 처음이란다.
폭포 입구에 차를 세우면
고작 20여분 남짓 올라가면 바로 폭포가 보인다.
근디,
야 요거이 장난이 아니다.
물의 양이 작은게 흠이지만 폭포의 높이는 대단하다.
아니, 요런 곳에 이런 대단한 명물이 숨겨져 있었다니 놀랍다.
여름철 물의 양이 많을 때 오면 제대로 된 폭포의 풍광을 볼 수 있을 거 같다.
폭포를 오르는 길 옆에 작은 계곡이 있다.
내 아직 이끼 계곡은 안가봤지만, 이곳에도 이끼가 볼만하다.
이끼색이 바랜 가을에도 조 정도면 이끼가 무성해질 한 여름엔 정말 볼만하겠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찾는 이들이 없다.
낙엽이 소복히 쌓여 있는 등로는 마치 산책길 같다.
내 사진찍는다고 설치며, 스님에게 삼각대까지 맏겼더니 삐졌는지(?) 홀로 내뺀다.
친구 스님을 암자에 모셔드렸다.
헤어지기가 서운했지만 가는 길을 생각해서 서둘러 떠났다.
운해가 있는 날엔 풍광이 죽여 준다는 친구 스님 암자에서 바라보는 그림이다.
세 번째 이야기 - 유명산 계곡
잠 없는 늙은이(?)이라.
아니 이제 진짜 할애비니 진짜 늙은이 인가?
아무튼 늙은 할애비 새볔 네시에 떠났으니 무지 피곤하다.
돌아 오는 길에 너무 피곤하고 졸리기까지해서 가평 휴게소에 한 잠을 잤다.
한 잠 자고나니 정신이 좀 든다.
좀 기가 사니 먼길 나왔는데 그냥 집으로 간다는게 좀 아쉽다.
그 예전에 봤던 유명산 단풍이 생각나 유명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렇게 색이 아름다웠던 유명산 단풍이 왠일인지 제 색을 못내고 있다.
ㅎㅎㅎㅎㅎ
늦게 배운 도둑이 어쩐다고...
오늘 아침에 방태산에서 휘돌이 한 번 찍어보고,
예서도 억지로 휘돌이를 만들어 보는데 '우와!' 돌긴 돈다.
유명산도 예전의 감흥이 아니다.
유명산이라면 참 많이 왔던 곳이다.
그 중에도 유독 가을 풍광이 죽여주던 곳인데...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색깔 또한 너무 고와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니 않던 곳인데...
서둔 덕에 집에 6경에 도착했다.
새벽 4에 나와 저녁 6시라 꼬빡 14시간이다.
할애비에겐 분명 벅찬 걸음이지만 기쁨을 담은 길이어선가 덜 피곤하다.
어쨌거나 손주덕에 방태산 2단 폭포도 보고, 가령폭포도 보고, 유명산 새깽이 폭포들도 보고...
2011. 10. 22. 방태산에서 유명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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