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곰소항
함박눈을 맞으며
곰소항, 그곳엔 나의 이야기가 있다
등대가 예쁜 포구
휴선(休船)과 등대
한파와 대설 특보까지, 근데 뭐 하시나?
눈을 찾아 떠난 사진 이야기
눈이 오면
철 없는 아이처럼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아마도 나는
그 흔하디 흔한 눈을
대단한 보물인양 착각하고 있나보다.
그저
보기만 좋을 뿐,
그것마져도 순간에 그치고 마는 것을...
바보처럼
눈을 기다리다가
눈 소식이 없자 이제는 눈을 찾아 나선다.
그것도
천리 길도 마다 않고
밤길을 달려 눈을 찾아 나선다.
가는 길에
눈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건만
예보엔 눈이 온다는데 눈이 안보여 새 가슴 조여가면서...
어허!
이것 참 야단났네.
이러다 이거 멀쩡한 사람 잡는거 아닐까?
눈이 좋아,
아니면 비가 좋아?
여인에게 물어 볼 때
눈이 좋다면
아직 철 없는 아이고
비가 좋다면 성숙한 여인이라는 말도 있던데...
남자라고 별다른가
눈이 좋다고 눈을 쫓아 다닌다는 건
아직도 철이 덜든 그야말로 늙은 아이 아닌가?
그래,
철부지라 놀려도 좋다.
한술 더 떠 늙은 아이라고 놀려도 좋다.
내 비록 철부지라도
내가 담은 눈 사진을 보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고...
내 비록 아이가 될지언정
눈 앞에 서서 아름다운 설경에 취해 가슴과 카메라에 담으며
훗날 추억을 떠올리면서 지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지 않겠는가?
때로는
눈 덮힌 산위에 서면
나 스스로 하얀 수염 늘어뜨린 신선이 되고
눈 내리는 바다에 서면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인어 공주가 사랑한 왕자도 부럽지 않는 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리니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눈을 찾아 나서리라
다만,
눈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에겐
두 손 곱게 모아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2018. 2. 5. 눈 내리는 곰소항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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