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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이야기/글이 있는 풍경

선운사의 가을

by 자연 사랑 2022. 10. 11.

 

 

 

 

 

아, 가을인가?

 

 

 

 

징검다리 건너다

깊어진 물에 돌 하나 더 얹어 길을 만들고

냇물을 건너 숲에 드니 어느새 빨간 가을이 왔구나

 

 

 

 

지난 봄,

연두 빛깔 곱던 도솔천이

서서히 빨갛게 불타오르니 덩달아 가슴도 타는데...

 

 

 

 

 

세월이 유수(流水)라

감히 흐르는 물을 거슬릴 수 없듯이

어찌 인간이 가는 세월을 거슬릴 수 있겠는가?

 

 

 

 

아,

속세를 등진 스님조차

가는 세월 막지 못하고 세월에 묻혀 흐르는데

 

 

 

 

하물며 우리네야

흐르는 세월을 어찌 할런가

그저 가을 앞에서 가을에 취할 뿐!

 

 

 

 

 

 

 

 

선운사의 가을

 

 

 

 

 

 

 

 

도솔천의 가을

 

 

 

 

부러진 가을

 

 

 

 

열정의 사진작가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가 있어 아름다운 나라,

이런 나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축복 받은 것이리라

 

 

 

 

봄은 새 생명이 돋는 계절이요

여름은 그 생명이 무르 익어가는 계절이고

겨울은 생명을 멈추고 내년을 준비하는 계절이니

 

 

 

 

저마다

나름 제맛이 있지만

아마도 그중에 으뜸은 가을이 아닌가 한다

 

 

 

 

이 가을에,

이 아름다운 가을에,

어딘가 가을 속에 깊숙히 빠지고 싶은데...

 

 

 

 

그 곳이 어디일까,

잔 머리를 굴리며 헤아려보니

갈 곳이 너무 많아 쉬이 결정할 수가 없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가고 싶은 곳을 순간 이동할 수 있다면야 무슨 걱정이겠냐만

어디를 가든 하루 천리길 이상 달려야 하고, 밤길을 달려야 하기에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가을의 첫 수가

강원도 비밀의 정원이었고,

지난 주 마이산과 용담호를 돌았으니...

 

 

 

 

그 다음은

선운사를 갈까 백양사를 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를 갈까 왔다갔다 한다.

 

 

 

 

허기사

두 군데 다 들릴 수는 있지만,

해 뜨는 새벽 시간에 맞춘다면 귀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엔

안개가 있다는 예보에

도솔천 빛내림을 보고 싶어 선운사를 선택했다.

 

 

 

 

예상대로

안개가 자욱해서

원하던 빛내림은 조금 있었으나

 

 

 

 

안개에 해가 가려 빛이 약해

빛내림이 그저 흉내만 내고 말았다

그래도 남들은 이게 어디냐고 좋아들 한다.

 

 

 

 

올해는

어디가나 단풍에 좋지 않다.

그 옛날 곱기만 하던 단풍을 보기가 쉽지 않다.

 

 

 

 

선운사도 마찬가지다

단풍이 채 들지 않고 아직도 파란데

또 어떤 나무는 그 마져도 잎이 말라 떨어져 버리고 만다.

 

 

 

 

단풍은 들다말고

나무 잎은 말라 비틀어지더니

낙엽되어 떨어져버려 빈 나무가지만 보여 준다

 

 

 

 

사람들 모두 혀를 차는데...

공해 탓일까, 비가 적게 와서일까,

저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누구는 태풍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쨌거나

올 가을 단풍이 예년만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면 어떠한가, 이 만큼이라도 가을을 느낄 수 있으니 다행 아닌가?

 

 

 

 

오늘도 세시부터 밤길 달려 왔지만,

꼭두 새벽 가을 산사에 들어 빨갛게 달아오르는 가을도 보고

안개 속에 빛내림도 보았으니 이만하면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던 날 아니겠는가?

 

 

 

 

 

 

고창 선운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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