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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이야기/글이 있는 풍경34

사진은 난 사진을 시작하면서 자연에 대한 겸허를 배웠고, 느림의 미학과 은근과 끈기를 배웠으며, 관심이야말로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삶의 원동력임을 배웠다. 남들이 '날씨가 참 좋네...' 하면, '글쎄...'였다. 남들이 '이제 봄이구나.' 하면, 역시 '글쎄...'였다. 자연에 묻혀 살면서도 저들에 눈 감고, 코 막고, 귀 막고 살았다. 왜 그랬을까? 늙어서였을까? 눈 까뒤집고 지난 날 돌아보니 이룬 게 하나 없는 보잘 것 없는 슬픈 인생이라 자책하느라 그랬을까? 난 그랬었다. 계절의 바뀜에도 무관심 했고, 개나리 진달래가 지천인 세상이 되어도... 무뎌버린 낡은이의 눈과 코와 귀는 그렇게 미동도 안했었다. 사진은 사람을 바꾸었다. 눈을 뜨면 먼저 새볔 하늘을 보고, 저녁이면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보고, 하.. 2022. 8. 8.
어머니의 거짓말 뭐 얼매나 더 잘살아보겠다고, 강원도 산골(원주 치악산 자락)을 떠나, 늙으신 어머니까지 나 몰라라 하고 삼십년을 보내더니 그래 고작 수도 서울도 아닌 근방에서 궁상이나 떠는 주제라니... 근데도 어머니는 이 못난 큰 아들이 걱정할까봐 당신 몸 아프면 딸년들한테는 아프다면서도 가물에 콩 나듯 전화질이나 해대는 아들에게는 하나도 안 아프다 하시니... 긴 방학 다 지나도록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린데도 어머니 얼굴 뵈러 고작 몇 번이나 다녀왔던가? 뵈러 갈 때 마다 어머니는 오히려 바쁜데 뭐라 오냐고 나무라시니... 딸년이 엄마 뵈러 가서 큰 오래비 언제 다녀갔냐 물어보기라도 하면 ‘툭하면 내려온다고... 매일 아침 문안 전화 드린다고...’ 거짓말까지 하시니 내도 이제 할애비가 되었건만 언제까지 어머니의 거.. 2022. 8. 8.
사진도 이야기가 됩니다 말과 글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 듯 사진도 모이니 이야기가 됩니다. 사진이란 스스로엔 추억을 타인에겐 남의 기록인 줄만 알았는데... 사진도 말과 글 같이 사람 사는 세상도 말해 주고 다른 사람도 느끼게 되는 이야기가 되네요. 다만 사진가는 그 이야기가 더 아름답기를 갈망하기에 남과 다른 노력으로 이야기를 소중하게 가꾸고 포장합니다. 그래선가 사진은 실제보다는 조금은 더 아름답습니다. 2011. 12. 28. 새벽에 사진을 생각하다. 2022. 8. 8.
혼자 가는 출사 여행 인간은 혼자가 싫어 짝을 만들고 둘도 외로워 가족을 만들고 가족도 성이 안 차 친구를 만들고 친구도 부족해 끼리끼리 모임을 만들고 하여 인간을 일러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혼자하는 출사 여행, 그것도 한 밤에 떠난 먼길, 외로워 마눌이라도 꼬득여 볼걸... 아니면 함께 할 친구라도 만들어 놀걸... 근데, 요거이 꽤나 괜찮네. 오고가는 중에 마눌이 잔소리 없어 좋고, 사진촬영 중에 함께 한 사람 신경 안쓰고 몰입할 수 있어 좋고, 잠깐이라도 상념에 잠길 땐 자신을 진득이 되돌아 볼 기회도 있어 사람답고... 2011. 12. 12. 모처럼의 홀로 출사를 되새기며 2022. 8. 8.
찰나의 세계 사진은 순간의 포착이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초를 100등분하고, 1000등분하고... 찰나의 순간까지 긴장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하기에 뷰파인더를 보는 순간엔 누구나 숨이 멎는다. 빈 눈으로 세상을 볼 땐 때로는 아름다움에 매료되기도 하고, 때로는 장엄한 일출과 일몰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뷰파인더를 보는 순간엔 오로지 눈과 손가락의 신경만 남고 숨소리까지 멈춘체 모든게 정지해 있다. 하물며 아름다움을 담는 순간에도 감흥조차 없다. 단지, 결과물을 보고서야 지난 감흥을 들추어 낼 수 있을 뿐이다. 2011. 12. 08. 찰라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2022. 8. 8.
빛을 쫒는 사람과 고기를 쫒는 사람 사진은 빛의 예술이란다. 그 빛을 찾아 천리길을 달려 아주 작은 어촌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들의 눈은 한결같이 떠오르는 태양을 쫓아 간다. 그들 앞을 가로지르는 어선들 조차도 그들의 시선엔 없다. 과연 밤새 바다를 누비고 다녔을 어부들의 눈엔 저들이 있을까? 삶이 바다이기에 밤새 그 삶의 터전을 누비며 고기를 쫓는 그들에겐 저들이 어떻게 비칠까? 새벽부터 물어물어 이 작은 마을까지 찾아 온 사람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밤을 지새며 추위에 떨었던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 빛으로 그림을 만들어 낸다고 자위하며 이 자리에 섰다. 그러나 고기를 쫓는 사람들은 저 바다가 삶이기에 바다와 그림이 된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와 갈매기와 어우러져 그냥 그림이 된다. 2011.12. 04 . 거제 거가 대교 일출.. 2022. 8. 8.
갈매기의 꿈 동해의 중심 울릉도에 하늘과 물과 갈매기가 만나는 자리, 어쩌다 이 너른 바다에 홀로 솟구쳤는가? 먹이 찾는 갈매기의 안식이 되기 위해 솟구쳤는가? 망망대해를 비상하는 꿈을 쫒는 갈매기의 쉼을 위해 솟구쳤는가? 동해의 거친 파도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보여주기 위해 솟구쳤는가? 지금 그 자리,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갈매기의 시선은 어떤 꿈을 쫒고 있는가? 바다를 떠 올리면 갈매기가 떠오른다. 그 만큼 갈매기는 바다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바닷새가 갈매기 뿐이 아니건만 바다와 하나가 된건 아마도 비상하는 갈매기의 아름다운 자태 때문이 아닐까? 비상하는 갈매기는 아름답다. 그 비상하는 갈매기는 우리를 꿈꾸게 한다. 날개가 없는 사람들에게 그 비상은 아름다움을 넘어 꿈이 된다. 그 비상하는 꿈이야말로 사람들에겐 .. 2022. 8. 8.
연꽃 세상을 열다 초록세상 한 여름 뙤약볕에 지친 걸음들은 달궈진 해를 피해 그늘을 찾는다 그러나 나무 그늘이든 햇볕을 막아주는 지붕 아래든 연실 부채질을 해도 잠깐 땀을 식혀줄 뿐 이미 뙤약볕에 달궈진 마음은 식힐 방법이 없다. 그 때 문득 가슴까지 서늘해 지는 세상이 떠오른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한 연밭의 초록 세상이다. 비록 그늘 하나 없는 연잎만 가득한 세상이지만 초록세상은 가슴을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여름이면 뙤약볕도 마다 않고 이쁜 연 고운 연 특이한 연을 찾아 연밭을 누비나 보다 목젖이 보이도록 소리 높혀 부르는 개개비의 연가(戀歌) 아마도 저 작디작은 체구에서 흘러 나오는, 연밭을 뒤덮는 곱고 맑은 노랫 소리는 분명 짝을 부르는 사랑의 노래, 간절함이 듬뿍 담긴 진실한 사랑을 찾는 개개.. 2022. 8. 6.
대청호 - 어부의 아침 삶을 낚는 사람 만수(滿水)로 용꼬리 섬이 사라진 호수 인간과 자연 그리고 조형물의 조화 풍어를 기대하며 그물을 걷어올리는 손길 새가 난다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어부는 그물따라 흐르고 드디어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내 앞에까지 왔는데 얼마나 잡았는지 가늠할 길은 없으나 어부는 만족한듯 그물질을 마무리하고 그리곤 이내 곧 안개속으로 달음질 한다 고맙게도 한 시간여 함께 놀아주어 감사합니다 물안개 피는 대청호 금강 로하스 길 금강 로하스길 아주 오래전에 두 번 들리곤 기억에서조차 지워 버렸던 로하스 길 대청호의 물안개를 보러 가는 중에 곁다리로 로하스 길도 들려보기로 한다 애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해서는 안되는데 여기 잠깐 들리고 서둔다면 용꼬리 일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무리를 했다. 6시쯤 도착했는데 아직.. 2022. 8. 6.
저 굽은 허리를 어이할까나 저 굽은 허리를 어찌 할까나 안녕하세요? 남의 일터를 배회하는게 멋적어 인사를 하니 굽은 허리 다 펴지도 못한채 미소 짓는 어어니 이 추운 겨울에 허리마져 저리 굽었는데 무엇이 이 분들을 바다로 내몰았을까 배운게 요거뿐이라고 부지런하면 바다가 다 먹여 준다고 그저 바다에서 한 평생을 보내신 어머니 아들 딸 다 대학 보내고 모두 시집 장가 잘 보냈다고 자랑하는 입가엔 작은 행복이 보이고 속세에 때묻지 않은 고운 주름과 바다에 그을었을 갯벌 닮은 까만 얼굴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작은 건강이 보이지만 이제는 마을회관에나 모여 손주 자랑 안주 삼아 막걸리나 드시면서 십원짜리 화투에 세월을 낚아도 되시련만 이 추운 겨울에 어찌 또 갯벌에 나오셨는가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무엇이 모자라 다시 바다로 나오.. 2022.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