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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이야기/일상에서

얘들아, 니들도 좋으냐

by 자연 사랑 2022. 8. 8.

 

 

 

 

 

애들아!

니들도 좋으냐?

나는 무지 좋은데...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무지 행복한데...

 

 

 

 

아무 때고 와서 놀 수 있는 곳,

친구들과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쉬웠는데..

 

 

 

 

 

자연을 벗삼아 걸을 수 있는 길,

친구들과 얘기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길,

선생님과도 손잡고 애기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길,

숲이 있으면서도 감히 숲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너희들 보며 많이 슬펐었는데...

 

 

 

 

그 오랜 바람이

이제는 눈 앞으로 다가와

새로 꾸민 놀이터와 숲 길에 뛰노는 니들을 보며

예서 들리는 니들의 티없이 밝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내 어찌 마음이 즐겁지 아니하고, 내 어찌 행복하지 않으리오.

 

 

 

 

이만큼 넓은 숲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는 드물다.

그것도 수도권 도심에 있는 학교로선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그 숲이 보기는 그럴듯 해도 아이들이 활동하기엔 적절치 않다.

관리를 못해 숲이 너무 우거져있어 길도 협소하고, 안전상 아이들 출입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다행히 시에다 숲 가꾸기 차원에서 지원 요청을 했더니

숲과 관련해서 숲 한쪽 켠에 놀이 시설을 새로 만들어 준단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모든 공사는 시에서 주관해서 완공 후 학교에 이관하기로...

으슥한 산자락 끝에 쓰레기 처리장 같은 창고가 있던 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놀이터로 변했다.

 

 

 

 

근데,

저 넓은 숲을 정리하는데 예산이 190만원이라니

설계상에는 숲에 관한 한 그야말로 수박 겉할기 정도였다.

그 돈이라면 그야말로 나무가쟁이 몇 개 쳐서 정리하는 수준 아닌가?

이유는 있었다. 언젠가는 모르지만 15 미터 도로가 이 숲을 관통하게 되어있어 돈을 투자할 수가 없단다.

 

 

 

 

솔직히 내가 원한 건 아이들 놀이터보다도

이 숲을 아이들이 맘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거 였는데...

 

 

 

 

공사가 시작되자 시공책임자에게

때로는 학교측의 취지도 적극 설명하고

때로는 아이들을 핑계로 학교 숲길 조성의 정당성도 호소해 보고...

 

 

 

 

우선은 

숲에서 소나무 외에는 모든 나무를 자르라 하였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나무 숲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숲에서 소나무 외엔 다 자르고 나니 음침했던 숲이 훤해졌다.

숲이 우거져 지나가는 사람도 안보였던 곳인데 숲 끝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190만원 짜리 공사치고 너무 과중한 부담을 주어 좀 미안하긴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조르고 윽박지르고... 어느정도 소나무 숲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정도가 시와 시공사가 숲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이었으며, 생각해 보면 무리한 부탁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우리의 일이다.

학교 경비로 포크레인을 불러 숲에 길을 낸다.

아예 하루 종일 포크레인 기사, 주무관들과 숲에서 하루를 보냈다.

눈 앞에서 요리 가라 조리 가라, 요기 파라 조기 파라 잔소리 해대니 기분 나쁠만도 한데...

날씨도 추운데 불쌍한 늙은이가 포크레인 앞에서 길을 인도하니 기사 양반 군말 없이 잘 따라 준다.

 

 

 

 

원래 일이란게 이런저런 말거리가 있게 마련,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의 소나무 숲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그 길을 아이들 발걸음으로 다듬는 차원에서 걸어보라 하니 정말 좋아한다.

소나무 향 가득한 숲길, 살짝 땀도 나게 운동도 할 수 있는 숲길, 이거야 말로 내가 꿈꾸던 학교의 모습이다.

 

 

 

 

이제 어둡고 음침하던 숲이

시에서 지원해 준 놀이터와 어우러져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아름다운 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 진다.

 

 

 

 

 

2012. 10. 26. 학교 숲길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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