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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이야기/일상에서

자화상

by 자연 사랑 2022. 8. 8.

 

 

 

 

 

자화상(自畵像)이라...

단어의 뜻이야 스스로 자신을 그린 그림이라지만,

대부분 일상에서는 스스로를 반추해 보겠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내 이제 정년을 앞둔 나이 쯤 되었고

사진이라는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이고 보니,

한 번쯤은 이렇게 '자화상'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반추해보는 것도 필요한 거 같다.

 

 

 

 

어려서 운명을 좀 볼 줄안다는 분이 내게 '넌 학자가 될 운명'이라 했다.

그러나 학자까지는 못되었고, 그저 40 여년 그와 좀 비슷한 교육자로서의 외길을 살아오면서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단계인 학교장이라는 직책과 조금은 부지런 떤 덕에 남달리 교육 도서도 몇권 집필 했다.

 

지금 현재의 외형적 결과는 학교장이라는 직책과 책 저술에도 몰입했던 결과 <저서>로는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한 발 앞선 아이들의 창의와 논리>와  <엄마와 함께 하는 교과서 속 논술 여행>,
학부모를 위한 책으로는 <자녀교육, 사랑만으로는 부족해요>와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 엄마의 자리에서>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겉으로 보이는 외형은 자신을 돌아보는덴 별로 중요치 않다.

그건 그저 살아가기 위한 한 방편의 결과물일 뿐이고, 더구나 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도 되지 않는다.

나는 사진에 관한한 프로가 아니고 취미 차원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 10 여년전 모 카페에 썼던 취미에 대한 내 자신의 글을 억지로 찾아 보았다.

 

 

 

 

 

 

++++++++++++++++++++++++++++++++++++++++ 아랫 글이 10 여년전에 썼던 취미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

 

 

 

당신의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얼마전 조사에서 등산이 월등한 1위를 차지했다.

건강을 제일로 여기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아니 현명하게도 취미는 건강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사에서 직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취미가 아닌가 싶다.

어찌보면 취미는 정년이 없으니 직업보다도 더 중요한 생의 일면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집에 들어서면 한 눈에 그 사람의 취미를 알 수가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마눌의 취향이 복잡한 걸 싫어해서 거실이 간단명료하지만,

그런 중에도 쥔장인 내 취미의 부산물이 몇 개 눈에 들어 온다.

그건 바로 돌과 그림이다.

 

 

(유화, 20호)

 

마눌이가 내 그림 그리는 걸 무지 싫어했었다.

기름 냄새 난다고 투덜대서 집에서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게 6,7년 정도되었다.

그래도 집안에 그림 거는 것만은 허락을 해주어서 곳곳에 그림 몇 개는 걸려 있다.

(허기사 저걸 돈 주고 산다면... 그래선가 집들이 때 그림을 선물하면 무지 좋아들 한다)

 

 

( 母情,. 한탄강)

 

 

돌에 빠져 전국 산하를 뒤지던 여세를 몰아 연천에서 근무한 5년을 하루같이 한탄강을 뒤지고 다녔다.

목숨걸고 민간인 통제구역까지도 몰래몰래 숨어서 댕겼다.

 

요놈이

그 당시 한탄강에서 직접 탐석한 내게는 보물같은 돌이다.

어미 새와 새끼 새를 연상케하여  母情 이라 이름 붙였는데...

먹이를 재촉하는 새끼 새의 주둥이도 그럴듯하지만, 관통된 새의 눈도 절묘하다.

저런 보물을 한탄강 돌밭에서, 그 수많은 돌속에서 내 눈으로 직접 찾아냈다는 게 신기하다.

 

둘을 탐석한 곳은 한탄강으로

탐석 시기는 1년 정도가 차이가 나고, 장소도 다른 곳이다.

나는 가끔 깨지고 부서지고 강바닥에 묻히고 말 운명이었을 이 돌들이

그 일년의 시차를 넘어 이렇게 모녀의 인연을 맺게 된건 분명 신께서 내린 축복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미녀와 야수, 한탄강)

 

 

한탄강은 관통석의 산지이다.(지금은 고갈되어 쉽지 않다)

이 돌은 보통 사람으로선 혼자 들기도 벅찬, 동행한 친구도 포기하라했던 큰 돌이지만,

저걸 배낭에 메고 절벽을 기어 올라 십리도 더 걸었었다.

저걸 지고는 한 번에 50미터 가기도 힘들어 가다쉬고를 수십번 했으리라.

 

정말이지 젊음과 산적이란 별명처럼 180 되는 거구의 체력, 그리고 돌에 대한 욕심 때문에 가능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의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때 흘린 땀은 왠만한 산 하나 쯤 넘는거와 다름 없었으리라.

 

내 요 돌을 母情 만큼이나 좋아하는데...

고 이유는 관통된 모양이 하트 모양이고,

자세히 보면 사랑하는 두 남녀가 살짝 고개를 돌려 뽀뽀하는 형상이다.

그래서 내 요놈을 일러 '미녀와 야수'라 이름 지었다. 야수는 물론 나다.

 

 

(유화, 10호)

 

 

하여간에 빈 공간은 모두 내 그림을 걸었다.

주방 입구에 공간이 있어 여기도 그림을 걸었는데...

식탁에서 마주 보는 공간이라 마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내는 가끔 밥 먹으면서 처다보게 되는데 그런대로 만족한다.

  

 

(수채화, 8호)

 

 

꼭 유화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요렇게 간단한 소품으로 수채화도 몇 점 걸려 있다.

식탁 바로 위에 걸어 놓았는데... 밥맛하고는 상관이 없어도 분위기는 산다.

  

 

(유화, 50호)

 

요기가 내 놀이터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안방을 내 전용 놀이방으로 할당을 받았는데...

요기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림이 한 점 걸려있는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국규모대회인 관악미술대전에 출품되어 입선되었던 작품이다.

50호라면 가정용으론 너무 커서 어디 걸어 둘만한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 놀이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제일 좋아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직업과 연관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로서 돈을 벌기보단 오히려 돈을 퍼 붓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그 좋아하는 일 속에서 행복을 맛본다. 그것이 취미이며, 그래서 취미는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 십여년전, 사진을 시작하기 전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사진의 질이 좋지 않다 +++++++++++++++++++++++++

 

 

 

 

 

그런데 그런 취미가 평생을 오로지 하면 좋겠지만, 변덕꾸러기인 탓인가 자꾸 바뀐다.

그림이니 돌이니 이런 건 다 옛 이야기고... 최근엔 산이나 좀 찾아 나서는 듯 했는데,

그 나마도 지병을 핑게삼고 게으름도 보태져서 뜸해졌다.

 

그러다 정년을 5년 앞둔 시점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흔히들 100 세 시대라고들 하는데 어쨌든 60 대 초반에 정년해서 그저 할일 없는 노인으로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건 답이 아니다.

노후 생계 대책은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연금이라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으니 남들보다는 여건이 좋은 편이긴 한데 마땅히 할 일이 떠오르질 않는다.

 

건강이야 기본이니 뒷산 약수터나 가까운 산행도 좋겠지만

이거야 말로 시간 보내기요,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약수터의 나무들도 '저 노인네 또 왔네...' 하고 놀린다니 요것도 답은 아니다.

 

그러던 중 언뜻 동료들과의 일본 여행 중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교장이 떠 올랐다.

나도 디카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고 했지만 결과물은 도저히 그가 들고 있던 dslr 카메라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그 이후 사진에 대한 동기부여를 스스로 만들었다.

그래, 사진을 담으려면 전국 산하를 열심히 찾아 다녀야 하니 건강에도 좋을 꺼야!

이렇게 블로그라도 만들어서 사진과 함께 글도 가끔 올린다면 시간 보내기도 좋고 치매 예방도 되겠지!

남들이야 예술성이나 가치는 쳐 주지 않을지라도 뭔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에겐 분명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야!

이제 교직을 떠나면 인생 3막이 시작되는데,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또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의 폭을 넓힌다는 건 즐거운 일이야!

 

 

그렇게 해서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많은 곳을 찾아 다녔고, 방학을 이용해 해외 출사도 다녔다.

그런 과정에 많은 사진인들도 만났다. 그 중엔 정말 사진의 대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나니 사진에 대한 노하우도 늘어가고, 사진의 질도 세월 따라 점점 나아져 가는거 같다. 

2015년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사진공모전(관광사진 공모전 등)에도 출품했는데 4번이나 입선 했다.(작지만 상금도 100 여만원...) 

 

이제 내년이면 정년퇴직이다.

새로운 삶, 나이 들었지만 자유로운 나의 인생 3막이 시작된다.

정년 후엔 주말에만 시간을 낼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의 시간 제약이 사라진다.(좋은 사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건강만 받쳐준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새로운 그림을 찾아,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설 용기와 열정을 갖게 해주는 것이 사진이다.

 4년전 깊은 고민 끝에 사진을 시작하게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으며, 취미로서의 사진이 건강과 함께 가치있는 일이되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노라 다짐해 본다.

 

 

 

 

 

201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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