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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사진/풍경 사진 - 강원도

(강원 평창) 눈 내리는 오대산 산사를 찾아서

by 자연 사랑 2022. 8. 16.

 

 

 

 

 

 

 

새벽 04시에

월정사의 새벽 범종 소리를 들으며 상원사로 올라 왔으니

아직 한 밤중일텐데 이 시간에도 스님들은 새벽 예불로 분주하다

 

 

 

 

이런 한밤 중에

예고도 없이 사진 찍겠다고

도둑 고양이 마냥 몰래 쳐들어 온 불청객인데

 

 

 

 

예불 끝내고 오고가는 스님들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인사드리니

어느 한 분 불편한 기색없이 반갑게 합장하며 맞아주신다

 

 

 

 

무지 몽매한 인간

미안하면 곱게 절 사진이나 찍지

아침을 여는 스님의 일상을 왜 찍는가

 

 

 

 

원래 스님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법인데

뒷 모습이나 얼굴이 안 보이는 옆 모습은 괜찮겠지 하는 얄팍한 자기합리화...

 

 

 

 

스님이

사진 찍는 걸 보며

화를 내거나 나무라지 않고

 

 

 

 

수도하는 사람은

얼굴 사진이 바깓 세상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넌즈시 주의를 주는데

이 때다 싶어 '정면 사진은 안 찍을께요' 이해시키고 이제는 대 놓고 사진을 찍는다 

 

 

 

 

철 없는 사람,

나이 값도 못 하는가

이미 해탈의 경지에 든 스님이라 이해할 뿐일텐데...

 

 

 

 

스님의 진심은

마음 속에선 싫은 마음 없지 않을텐데,

'어허, 속세의 헛된 욕심이 그러한걸 탓해 뭘하리..' 하며 한탄할지도 모르는데...

 

 

 

 

근데, 대박!

스님도 눈이 오니 좋으신가,

헨드폰으로 눈 사진을 찍으신다

 

 

 

 

오대산 하면 

대부분 월정사부터 찾지만

난, 언제나 월정사가 아닌 상원사부터 찾는다

 

 

 

 

유명세와 규모면에선

상원사가 월정사에 못 미치지만

어쩐지 산사의 느낌은 상원사가 월등히 좋다

 

 

 

 

오대천을 끼고 오고가다보면

귓가에 들려 오는 물소리도 좋고

냇가를 끼고 가는 비포장도로도 운치가 있다

 

 

 

 

 

더구나 

고지 1000m의 상원사에 들면

산 아래 내려보이는 풍광 또한 4계절 모두 아름다우니 어찌 월정사에 비하겠는가?

 

 

 

 

3월 18일이면 봄이 한창인데

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폭설 수준이다

겨우내 눈 다운 눈이 없더니 하늘도 미안해서 봄이라도 한 번 눈구경하라는가 보다

 

 

 

 

저게 뭘까?

저거는 바로 '봉황 보당'이란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세조와 관련있어 황금빛의 봉황대를 상원사 뜰에 세웠다 

 

 

 

 

눈이 펑펑 오는 날

봉황은 날개를 펴고 맘껏 날고 싶을텐데

오메, 저 소낭구가 봉황대를 꽉 물고 있으니 안타깝구나

 

 

 

 

정말

간만에 눈 다운 눈을 본다

스트로브로 빛을 주니 눈이 크게 찍혀 사찰이 안 보일 정도다

 

 

 

 

 

 

눈 내리는 중대 사자암

 

 

 

 

 

 

중대 사자암

 

 

 

 

오대산에는

다섯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호령봉,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이다

 

 

 

 

또한 오대산에는

각 봉우리 마다 평평한 대를 이루는

오대( 五臺 )가 있고 각 대마다 암자가 있다

 

 

 

 

그 오대의 암자는

동대 관음암, 서대 염불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중대 사자암이다

 

 

 

 

그래서

산의 명칭도

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를 모아 오대산이라 한다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는

원을 그리며 병풍처럼 늘어져 있는데,

그 중앙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위치해 있다

 

 

 

 

그 적멸보궁 바로 아래

길목을 지키면서 (적멸보궁서 700 m 지점)

적멸보궁을 관리하는 암자가 중대 사자암인 것이다

 

 

 

 

그러니

오대암 중에 규모도 제일 크고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는 곳이 바로 중대 사자암이다

 

 

 

 

중대사자암은

아마도 네번째 온 거 같다

 

 

 

 

내 불자는 아니라도

5대 적멸보궁을 찾아다니던 중

십여년전 이곳을 처음 찾았다가 층층이 세워진 절의 모습에 반했다

 

 

 

 

모두 5층으로

산의 경사를 이용해 만든 게 신기하기도 했고

적멸보궁의 수호암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발길을 자주하게 되었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전국의 유명 사찰을 빼놓지 않고 찾아다닌다

 

 

 

 

처음엔 

절이 있는 곳이 명승지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차츰 절에 들면 마음 가짐이 달라지고 심적 안정을 찾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선가

불자가 아니라도

너무 감동적인 순간엔 나도 모르게 불전함에 시줏돈을 넣기도 한다

 

 

 

 

소심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해 보리암에 갔을 때 바다가 보이는 풍광에 감탄을 하며

고마움의 표시로 시줏돈을 불전함에 넣고 싶은데 괜히 부끄러워서 사람들 없을 때까지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간혹

친구들과 어울려 절을 찾다보면

그들따라 덩달아 기와불사를 할때도 있었다

 

 

 

 

또한

깊은 산 속 작은 암자에서 

홀로 도를 닦으며 수행하는 친구 스님이 있어

 

 

 

 

생각나면 찾아가기도 하고

초파일에는 작지만 매년 연등값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 한번도 부처님께 절 한적이 없으니 불자는 아니다

 

 

 

 

처음

중대 사자암에 온 후로

급경사를 이용해 건축된 절이 신기하기도 했고

 

 

 

 

또한

아름답기까지 하니

운해가 낀 날이나 눈이 많이 오는 날 꼭 와봐야겠다고 벼르고있었는데

 

 

 

 

얼씨구!

오래 살다보니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눈이 온다기에 달려왔더니 눈으로 푹 덮힌 중대사자암 그야말로 절경 아닌가

 

 

 

 

이 만한 풍경 어디 간들 흔치 않을터

월정사 포기하고 상원사 들러 여기 온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여기 들렸다가 대관령에도 가 볼까 했는데 이런 풍광을 보고 무얼 더 바라겠는가

 

 

 

 

아, 좋다!

이 맛에 밤 한시에 길을 떠나 밤길을 달려오면서도

이런 풍광이 있어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해 주니 힘든지 모르고 가고 또 가는거 아니겠는가

 

 

 

 

 

 

2022. 3. 18.  춘설(春雪)이 내린 오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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